(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국제유가가 2% 급등해 10개월 만에 최고를 경신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연장에 이어 리비아에 대홍수까지 겹치면서 이날 국제유가가 10개월만에 배럴당 92달러를 넘어섰다. 13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알뜰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2023.9.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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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르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진다. 잡히는 듯했던 물가에 국제유가란 변수가 부각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물가 경로가 한은 예상치를 벗어나 크게 튈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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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국제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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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두바이유는 전날보다 1.26달러 오른 배럴당 93.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말 배럴당 80달러선을 넘어선 지 1개월반 만에 90달러를 넘어 100달러선을 바라보고 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90달러선을 기록한 건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같은날 10월 인도분 WTI 선물 가격 종가는 배럴당 90.16달러로 전날 종가보다 1.64달러 상승했다.
국제유가 상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 연장으로 분석된다. 앞서 사우디는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인 일일 100만배럴 감산을 올해 말로 연장했다. 러시아도 원유수출을 지난달 일일 50만배럴 감축한 데 이어 이달부터 연말까지 추가로 30만 배럴을 줄일 계획이다. 이에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로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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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한은 물가경로 전망 최대 변수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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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8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현행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월, 4월, 5월, 7월에 이은 5연속 동결이다. 2023.8.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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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추석 명절이 있는 이달이 지나고 다음달부터는 3% 안팎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전날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 수준(3.5%)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이며 개인서비스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4분기 중 3%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치솟고 있는 국제유가는 향후 물가 경로에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기자설명회에서 현재까진 한은의 물가 경로 전망이 바뀌지 않았다면서도 "최근 국제유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고 농산물 가격 흐름이 예측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불확실한 요인들이 있으니 물가흐름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에는 국제 설탕가격까지 12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가공식품 물가 상승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브라질, 인도, 태국 등 주요 사탕수수 생산국이 이상기온으로 흉작을 겪으면서다. 실제 런던 국제금융선물거래소에서 설탕 선물 가격은 톤당 750달러에 육박하며 2011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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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튀면…통화정책 고민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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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적 불확실성 속에 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상황에 있는 한은은 향후 물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가뿐 아니라 역대 최대(2%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금리차나 최근 불어난 가계대출을 고려하면 한은의 금리 인상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가라 앉은 경기와 금융시장 상황은 추가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게 하는 요소다.
이러한 딜레마는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도 드러났다.
당시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물가는 대체로 당초 전망 경로를 유지할 것이나 성장의 하방리스크(위험)가 커진 반면 금융 불균형은 확대됨에 따라 정책목표 간 상충 관계가 심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른 위원도 기준금리 동결 이유와 관련 "현재의 상황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여건을 살펴보면 상하방 요인이 혼재하고 있다"고 했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과 관련해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와 성장의 하방위험, 그간의 금리인상 파급효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가계부채 증가 추이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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