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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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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전기차가 어때서…'무역전쟁' 우려에도 EU 칼 잡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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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중국 전기차 업계를 상대로 대로 정부 보조금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자 유럽 자동차 산업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당국은 자칫 유럽 자동차 업계가 중국의 저가 공세로 위기에 몰린 태양광 산업 꼴이 날 것을 우려한다. 이번 보조금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 전기차에 고율 관세가 부과될 경우 유럽과 중국의 전면적인 무역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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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중국 동부 장쑤성 쑤저우항 타이창항의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선적을 기다리는 중국 비야디(BYD) 전기차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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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 데어라이엔 EU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연설에서 "세계 시장에 값싼 중국 전기차가 넘쳐나고 있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이 가격을 인위적으로 낮춰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자국 업체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는 약 9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 보조금으로 인해 EU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고 결론 날 경우 상계관세 부과가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15% 수준의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이 현재 중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27.5%에 이를 수도 있다고 봤다. 현재 EU는 모든 중국산 자동차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에서 정부 보조금 혜택을 받는 비(非)중국 브랜드도 추가 관세를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해 유럽으로 수출하는 미국 테슬라와 독일 BMW, 스웨덴 폴스타 역시 관세 부과 대상이 된다. 미국계 로펌 베이커맥킨지의 아너드 윌렘스 무역 변호사는 FT에 "중국 내 제조사들은 전부 중국 수출업체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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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의 이번 조치는 밀려드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유럽의 위기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EU는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35년부터 내연차 판매를 중단한다는 계획인데 이 기간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에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EU는 이미 태양광 산업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받은 중국 태양광 업체들이 저가 물량 공세로 유럽 태양관 산업을 잠식하면서다. EU는 2012년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지만 2018년 중국산 없이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관세를 폐지한 바 있다. 그 결과 현재 유럽 태양광 업체들은 줄도산 위기에 몰려있다.

EU는 자동차 산업만큼은 이런 사태가 재현되선 안 된다고 본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에 따르면 EU 자동차 산업은 약 1300만개 일자리를 제공하며 EU 경제에 약 7%를 기여한다. 또 전체 연구·개발(R&D) 지출의 3분의 1을 담당한다. 자동차 산업이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투자 수준을 유지할 수 없어 경쟁력을 잃는 건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는 자국 시장 80% 이상을 점유한 데 이어 해외 시장을 넘보고 있는데, 유럽 시장에서도 빠르게 입지를 다지고 있다. 프랑스 시장조사회사 이노베브에 따르면 EU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올해 1~7월 6.7%로 지난해 동기(3.4%)에 비해 두 배가량 급증했다. 중국의 생산량 증가, EU의 경제의 개방성, 유럽 전기차의 경쟁력 저하를 배경으로 2025년엔 15%를 넘을 것이란 전망이다.

또 유럽에서 실제 판매되는 중국 전기차 가운데 90%는 상하이자동차(SAIC)가 인수한 영국 MG 같은 유럽 브랜드인 만큼 유럽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영향력은 보이는 수치보다 더 큰 게 사실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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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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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EU가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다른 시장에 보다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영국 같은 다른 나라들도 중국을 상대로 연달아 무역장벽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

EU와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도 보복에 나설 공산이 크다. 중국은 EU에 중요한 원자재 및 부품 공급줄이자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주요 시장이기도 하다. 중국이 이러한 지위를 인질로 보복에 나설 경우 유럽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영국 소재 컨설팅회사 플린트글로벌의 샘 로에 파트너는 "정말 위험할 수 있다"면서 "중국의 보복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선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빠르게 전기차 혁신에 나서지 못할 경우 결국엔 제2의 태양광 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U의 한 관계자는 블룸버그에 "내년 출시될 중국 기업들의 고급 전기차 사양을 분석한 결과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이미 유럽 경쟁업체들을 앞지른 상황"이라며 기술력 차이도 지적하고 "산업 보호보다 기술 혁신에 더 집중할 때"라고 강조했다.

EU의 보조금 조사 소식에 중국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추이둥슈 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의(CPCA) 사무총장은 14일 성명을 내고 EU에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것을 촉구했다. 그는 유럽으로 수출된 중국산 전기차 가격은 중국 내 가격의 거의 두 배라면서, EU는 일방적인 경제 혹은 무역 수단을 이용해 전기차 제품 개발을 막거나 현지에서의 운영비를 증가시켜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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