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헨에서 지난 10일(현지시간) 열린 ‘IAA 모빌리티 2023’ 행사에 중국 자동차 업체 BYD의 전기차가 전시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한다. 값싼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로 유럽 자동차 산업이 위협받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편향된 보호무역주의”라는 비판과 함께 맞대응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연례 정책연설에서 막대한 국가 보조금에 의해 인위적으로 가격이 낮게 유지되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며 반보조금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전기차 분야는 유럽이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청정 경제를 위한 중요한 산업”이라며 “그러나 현재 세계 시장에는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넘쳐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조사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로이터통신은 최장 13개월의 반보조금 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EU가 중국산 전기차에 일종의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U는 10년 전에도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한 조사를 통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 규제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조사 계획을 밝히면서 “중국의 불공정한 관행이 유럽 태양광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잊지 않았다”며 “이제 막 출발한 많은 기업이 보조금을 받는 중국 경쟁 기업에 밀려났고, 선구적인 기업들이 파산 신청을 해야 했으며 유망한 인재들은 해외로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고 말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 가격이 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보다 20% 정도 저렴해 지난해 기준 8%였던 시장 점유율이 2025년이면 15%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중국 세관당국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EU로의 중국산 전기차 수출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3% 늘어났고, 2년 전에 비해서는 379%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EU의 조사 계획에 대해 즉각 반발했다. 왕루퉁(王魯彤) 중국 외교부 유럽사 사장(국장)은 X(옛 트위터)에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 자료를 올리면서 “많은 EU 회원국이 전기차 산업에 보조금을 준다”며 “중국산 전기차 반보조금 조사는 순전히 보호무역주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상무부도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EU가 하려는 조사는 ‘공평 경쟁’을 명목으로 자기 산업을 보호하려는 적나라한 보호주의 행위로, 고도의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한다”면서 “중국은 EU의 보호주의 경향과 후속 행동을 주시하면서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응 조치를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EU의 조사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으려는 편향된 사고를 반영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하며, EU의 보호무역주의가 중국의 맞대응 조치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추이둥슈(崔東樹)중국 승용차시장정보연석회의(CPCA) 사무총장은 “중국은 초기 단계의 신에너지차 보조금을 상당 부분 없앴기 때문에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EU의 조사를 받더라도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며 “EU 조사가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되는 길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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