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한다고 해서 1시간 일찍 일어났어요. '퇴근대란' 우려되니까 자체 야근하려고요."
경기 부천에서 서울역으로 출퇴근하는 방모씨(40)는 14일 오전 지하철에서 흘러나오는 '철도노조 파업' 안내방송을 듣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방씨는 평소에도 심하게 붐비는 출퇴근 시간을 피해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고 늦게 퇴근한다. 그는 지하철에서 사람들과 부딪히면 불편하고,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방씨는 "적어도 출퇴근 시간에는 열차가 정상적으로 운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국철도노동조합이 14일부터 18일까지 4일간 파업에 돌입하면서 시민들이 대중교통 이용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필수 유지인력 9000여 명을 제외한 조합원 1만3000여 명이 참여하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가 공동 운행하는 수도권 광역전철 1·3·4호선 운행률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철도노조 총파업은 2019년 11월 이후 4년 만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17일까지 열차 1170편 운행 계획을 취소했다. 수도권 전철은 평소 대비 75%가 운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 "출퇴근길 차질 생기면 피로 가중"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늦지 않게 평소보다 서둘렀고 파업기간 출퇴근길 불편을 우려했다. 총파업 소식에 평소와 달리 개인 차량을 이용해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도 많았다. 고양시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근한다는 조모씨(48)는 "지하철 혼잡이 예상되는 만큼 시간이 조금 더 걸리더라도 쾌적하게 출퇴근하기 위해 파업기간 승용차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8시 기자가 찾은 서울역은 평소와 다름없이 혼잡한 분위기였다. 철도노조가 오전 9시부터 파업에 돌입하는 만큼 출근길 열차 운행에 차질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파업 소식을 접하고 지연 발생이 걱정돼 평소보다 일찍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많았다. 이들 얼굴에는 피로감이 가득했다.
평소 출근할 때 1시간가량 소요된다고 말한 심모씨(30)는 "과거 열차 운행에 차질이 생겼을 때 출퇴근하는 데 2시간이나 걸렸던 기억 때문에 알람 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출퇴근길 열차가 지연되면 피로가 가중된다"고 말했다. 그는 "열차는 '시민의 발'인데 불편을 주는 행위는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파업으로 지각이 염려돼 사전에 회사에 양해를 구했다는 시민들도 적잖았다.
의정부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김모씨는 "출퇴근길에 불편함이 생기면 파업에 반감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서울지하철 1·3·4호선 운행 횟수 18회 증회
이날 오전 8시 20분 지하철 3호선 교대역. 이곳에서도 평소보다 출근 준비를 서둘렀다고 답한 시민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평소보다 20분 일찍 집을 나섰다는 심모씨(28)는 "3호선은 열차 운행 차질이 잦아 불편하다"고, 50대 여성 이모씨는 "파업을 하면 아무래도 출근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출퇴근길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가 공동 운행하는 서울지하철 1·3·4호선 운행 횟수를 18회 늘렸다. 서울교통공사가 증회 운행하는 구간은 1호선 '서울역~청량리', 3호선 '구파발~오금', 4호선 '당고개~사당'이다. 운행 횟수를 늘리면 하루 3만6000명을 추가 수송할 수 있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파업 종료 시까지 지하철 수송력 확보와 증회 운영 지원 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주경제=권보경·백소희 기자 bkwo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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