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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국제유가 흐름

[투자의 창] 또 다른 복병, 국제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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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매크로팀장

서울경제


9월 위기설이 들려온다.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혹은 중국이 위기의 근원지일 수 있다. 그러나 필자가 걱정하는 요인은 국제유가다. 국제유가(브렌트)는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90달러를 넘었다. 사우디가 지난 7월에 발표한 하루 백만 배럴 감산 계획을 연말까지 연장했다는 소식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중장기적으로 사우디 감산 소식이 꺼림직한 이유는 선진국이 원유 수출의 통제력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가 탈세계화에 따른 무기화가 되고 있다. 지난 8월 말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회의에서는 기존 5개 국가에 이어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6개 국가를 신규 회원으로 맞이했다. 새로운 BRICS 회원국들은 전 세계 GDP의 37%, 인구의 46%, 석유 매장량의 44.3%를 차지하게 된다.

주목할 점은 새로운 BRICS 11개국이 전 세계 원유 수출, 즉 공급의 39%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다. 미국 등 기존 선진국들의 영향력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유가가 쉽게 급락하지는 않을 공산이 높아졌다.

이러한 유가의 고공행진은 미국 달러나 원자재 가격 이외 다른 자산 가격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금리와 주식시장에는 압박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 기대를 높인다. 향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역기저 효과가 끝나는 만큼 예상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골디락스(경제가 높은 성장을 이루면서도 물가 상승이 없는 상태) 및 연착륙을 기대해온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금리가 불안해지면 주식시장도 불안해진다. 이러한 유가 상승이 그나마 유일하게 호재로 인식되는 자산이 있다면 미국 달러다. 미국은 원유수출국이다. 반면 국내 원화는 가치 하락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가 70달러 선에서 원·달러는 1200원대, 유가 80달러 이상에서 원달러는 13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유가의 고공행진은 만만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 적어도 이번 달에는 위험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유가는 단지 원유의 수급뿐 아니라 탈세계화와 지정학적 위험 차원에서 예전에 비해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유가 상승에 따른 위험관리 방법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원자재 가격과 직결된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원자재 가격 상장지수펀드(ETF)는 유가 상승 국면에서 자산 가격 하락 위험을 막아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원유 개발과 관련된 기업에 대해 투자하는 것이다. 예컨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원유 탐사 개발 ETF 가격과 국제유가 간 상관관계는 매우 높다.

이러한 주식시장의 조정이 한시적이라고 해도 유가가 고공행진하는 동안에는 적극적인 투자보다 위험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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