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경기도와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정점에 있다고 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마지막 단추를 뀄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김영남)는 12일 오후 1시30분 이 대표를 제3자뇌물제공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2차 소환해 이 대표 출석 1시간50여분 만인 오후 3시30분쯤 조사를 마쳤다. 1시간 30여분에 걸친 열람 끝에 이 대표는 2차 조사 진술조서에만 서명 날인했다. 1차 진술 조서는 열람만 하고 서명 날인하지 않았다.
검찰은 단식 13일 차에 접어든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준비한 질문 분량을 1/3로 줄이고 방북비용 대납 의혹의 핵심만 간추려 물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난 9일 1차 소환조사와 마찬가지로 스마트팜 비용 500만달러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대납한 혐의와 자신의 방북 비용을 북한으로부터 요구받고 300만달러를 송금하게 했다는 등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12일 대북송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의 2차 소환 조사에 응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북송금에 제가 관련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지 한 번 보겠다"며 "2년 동안 변호사비 대납, 스마트팜 대납, 방북비용 대납으로 주제를 바꿔가면서 수사했지만, 증거라고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손성배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이화영 그런 일 벌였다면 해임…서면 진술서 갈음”
검찰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경기도정에 대해 내가 다 알 수 없고 이 전 부지사가 만약 그런 일을 벌였다면 해임했을 것”이라는 말한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 전 부지사와 선을 긋는 태도를 고수했다고 한다. 일부 사실관계는 직접 부인했고 일부에 대해선 9일 제출한 8쪽짜리 서면 진술서로 갈음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8~2021년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시절 결재한 공문서를 제시하며 이 대표의 진술을 끌어내려 했다. 지난 1차 조사 때처럼 눈을 감고 검사의 질문을 듣다가 의문이 드는 경우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한 뒤 질문을 곱씹어 답변을 내놨다고 한다. 이번에도 이 대표는 조사 시작 전 “말한 대로 적어달라”고 요구했고, 조사 시작 1시간이 채 되기 전 무렵부터 한동안 이 대표 혼자 말을 이어간 부분도 A4 1장 반 분량으로 그대로 조서에 담았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이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토대로 금명간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그에 따른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접수되면 21일 본회의에 보고돼 25일 표결에 부쳐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2019년 1월17일 중국 선양의 한 식당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송명철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실장,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 등이 술을 곁들여 식사하고 있다. 이날 쌍방울그룹과 조선아태위는 북남경제협력 협약식을 맺었고 이 자리에 이 전 부지사가 참석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사진 독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앞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시22분쯤 수원검찰청사 후문으로 승합차를 타고 들어와 도열해 있던 민주당 의원 20여명과 악수한 뒤 포토라인에 섰다. 고개를 숙인 채 걸어 들오던 이 대표는 “오늘은 대북송금에 제가 관련이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지 한 번 보겠다”고 운을 뗀 뒤 “2년 동안 변호사비 대납, 스마트팜 대납, 방북비 대납 이렇게 주제를 바꿔가며 일개 검찰청 규모의 검사 수십명, 수사관 수백명을 동원해 수백번 압수수색하고 수백명을 조사했지만, 증거라고는 단 한 개도 찾지 못했다. 그 이유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 방문해서 사진 한 장 찍어보겠다고 생면부지 얼굴도 모르는 조폭, 불법사채업자 출신의 부패 기업가에게 100억원이나 되는 거금을 북한에 대신 내달라고 하는 중대 범죄를 저지를 만큼 내가 어리석지 않다”며 “저를 아무리 불러서 범죄자인 것처럼 만들려고 해도 없는 사실이 만들어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후 6시12분쯤 포토라인에 선 이 대표는 “방북 추진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다”며 “검찰이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고 국민 주권을 인정하고 주어진 권리를 국가와 국민을 위해 제대로 사용하길 바란다. 결국 사필귀정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청사 주차장에서 승합차에 탑승한 이 대표는 후문으로 빠져 나간 뒤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90도로 인사를 한 뒤 다시 탑승했다.
2019년 1월17일 중국 선양 켐핀스키호텔에서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등이 송명철 북한 조선아태평화위원회 부실장 등과 마주보고 회의하고 있다. 이 회의 직후 쌍방울그룹과 조선아태위는 북남경제협력 협약식을 진행했다. 사진 독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檢, 경기도-쌍방울그룹 컨소시엄 증거 영상 제출
한편, 검찰은 이날 열린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신진우)의 심리로 열린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등 혐의에 대한 46차 공판에 당시 경기도와 쌍방울그룹이 사실상 컨소시엄을 이뤄 대북 사업을 추진해왔다는 점을 입증할 결정적인 사진과 영상물을 증거로 제출했다. 중앙일보는 이 사진과 영상물을 검찰이 아닌 취재원으로부터 입수했다.
2019년 1월17일 중국 선양의 켐핀스키 호텔에서 쌍방울그룹과 조선아태평화위원회가 ‘북남경제협력사업 협약식’을 맺는 장면과 후속 만찬 현장이 담긴 사진과 영상물이다. 협약식과 만찬에는 이 전 부지사와 신모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등도 참석했다. 영상에는 만찬장에서 김 전 회장이 폭탄주를 제조하는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그의 왼편에 앉은 이 전 부지사를 가리키며 “한 마디만 할게 명철아, 화영이형이 나보다 형이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담겼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김성태 진술 부합, 이화영 진술 완전 허위 입증”
협약식 영상에는 “포럼 이런 영어는 빼”라고 말하는 이 전 부지사의 훈수가 음성으로 담겼다. 영상 프레임 안에 든 김 전 회장과 송 부실장은 합의서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우리의 소원 하면 통일 3번만 합시다”라고 한 뒤 선창했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은 “대통령 한 번 만들어야 할 거 아니야”라며 웃었다.
검찰은 증거를 제출하면서 “이화영은 그간 2019년 1월17일 이 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고, 신 전 국장은 잠시 동선이 겹쳤을 뿐이라고 진술했다”며 “오늘 제출하는 외국환거래법 사건 관련 추가 증거 2개 동영상은 김성태의 진술이 부합하고 이화영의 기존 진술이 완전히 허위였다는 것을 직접 입증하는 자료”라고 말했다. 이어 “이화영이 협약식에 적극 참여하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대통령 만들자는 내용이 공공연히 회자됐다는 사실이 인정되는 장면으로 경기도가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 “방북비용을 김 전 회장이 부담키로 했다는 것을 이재명 지사에게 구두로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담긴 검찰 진술조사의 증거 동의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이 재연됐다. 제3자뇌물제공혐의를 두고 이 전 부지사가 추진한 일을 다 몰랐다고 선을 긋고 있는 이 대표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진술이다.
이 전 부지사 측에 변호인으로 선임된 김광민 변호사(민주당 도의원)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의 연관성을 인정한 이 전 부지사의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가 재판 증거로 채택되는 것에 부동의한다”고 말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검찰 측은 “수사 기록이 방대해 국선 변호사도 기록 검토를 다 못했다고 하는데 새로 선임된 변호인이 다 검토했다는 것이냐”며 “현직 (민주당 소속) 도의원인 변호인이 중요한 분(이 대표)의 조사를 앞두고 이런 의견을 낸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피고인과 협의가 된 거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김 변호사는 “네”라고 답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입장이 (또) 변경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당장 증거 채택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성배·최모란·김민정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