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경진 기자 |
연인을 폭행하고 스토킹한 혐의를 받는 40대 남성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특수상해, 스토킹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21년 8월 부산의 자택에서 연인 관계인 피해자와 연락 문제로 다투다 생수가 가득 찬 2L짜리 페트병으로 피해자의 눈 부위를 내려쳐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한 혐의를 받았다.
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가 이별을 통보하고 연락을 받지 않자 “만나고 싶다”는 이메일을 네 차례 보내고 피해자 직장 근처에서 피해자를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등 스토킹한 혐의도 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페트병에 담긴 물을 뿌렸을 뿐 페트병으로 폭행한 사실이 없으며 만일 페트병으로 때렸더라도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메일을 보내거나 직장 근처로 찾아간 것은 사과하기 위한 것이었고 자신의 행위가 피해자에게 불안감이나 공포감을 일으키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1심은 모든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 80시간의 스토킹범죄 재범예방교육 수강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사용한 페트병은 형법이 규정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고 범행 직후 촬영된 피해자의 얼굴 사진에서도 페트병으로 맞은 상처가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혐의와 관련해서도 “피해자가 A씨의 사과 요청에 응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가 사과할 목적이었더라도 이메일을 계속 전송하고 피해자에게 접근해 공포심을 유발하는 행위를 한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2심은 그러나 A씨의 특수상해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벌금 300만원으로 형량을 줄였다.
스토킹처벌법위반 혐의에는 유죄가 유지됐지만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가 생수가 가득 찬 페트병으로 내리쳤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특수상해 혐의 대신 상해 혐의만 인정됐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생수가 들어있지 않은 2L 용량의 페트병으로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빈 페트병이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을 줄 수 있는 물건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A씨가 피해자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고 서로 원만하게 합의한 점도 감형에 고려됐다.
대법원은 이런 원심 판단에 오류가 없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정시내 기자 jung.sin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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