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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불경 번역한 '법정 스님 제자'…돈연 법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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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송광사 학승이자 법정(法頂·1935∼2010) 스님의 제자로, 결혼과 환속으로, 된장 회사 설립으로 수많은 화제를 뿌린 돈연(頓然·속명 나종하) 법사가 9일 0시20분께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자택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77세.

1946년 나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2년 송광사에서 성공 스님을 은사로 승려가 됐고, 해인강원을 졸업했다. 1973년 동국역경원 연수생으로 들어가 1979년까지 법정 스님 곁에서 불경 번역을 도왔다. 조계종 총무원 교육국장을 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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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제공]


1980년 인도에 가서 수행한 뒤 1983년 서울 종로에서 경전연구소를 개설하고 초기 불교 경전인 팔리어 경전('니까야') 번역을 시도했다. 1992년 화재로 초기 경전 번역은 결실을 보지 못했지만 '잡아함경'(1993), '아함경:인생의 지침'(1994)을 남겼다. 2011년 고인과 인터뷰를 한 변택주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초기 경전 번역이 시작된 데에는 고인의 영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말 강원도 정선으로 거주지를 옮긴 뒤 경전 번역과 함께 "화전민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며 된장 사업을 시작했다.

1993년 서울대 음대를 나온 첼리스트 도완녀씨와 결혼하며 환속했다. 이후 된장 회사 '메주와 첼리스트'를 설립해 연 매출 수십억원을 올리기도 했다. 부인 도씨는 2010년 지리산과 계룡산에서 백일기도 끝에 '신내림'을 받고 서울 강동구에 '도완녀 신당'을 차리는 등 무속인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이 신당도 정선으로 옮겼다.

고인은 '현대시학'을 통해 문단에 나왔고, 시집 '벽암록'(1981), '순례자의 노래'(1985), 수필집 '시인과 농부 그리고 스님'(1999)을 남겼다.

코로나19 감염 후 후유증을 겪으며 정선에서 투병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도씨는 "원하던 대로 집에서, 편안하고 아름다운 표정으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유족은 도씨와 사이에 1남2녀로 딸 나여래(29)·나보현(26)씨와 아들 나문수(28)씨가 있다. 11일 발인을 거쳐 임계면 자택 뒷동산에 안장됐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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