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허공에 가득한 깨달음 영허녹원'
녹원스님 |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당시 서울에 가려면 기차로 7시간이 걸렸는데, 기대면 두루마기가 구겨지니 큰스님은 꼿꼿하게 앉아 가셨습니다."(조계종 원로의원 법등스님)
"30여년 전 서울로 외출하신 틈에 몰래 큰스님 목욕탕에서 샤워하는데 큰스님이 갑자기 돌아오셔서 죽지 않을 정도로 맞았어요. 왜 다시 오셨는지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비뚤게 놓고 간 책상의 책을 바르게 놓으려고 왔다'고 합니다."(직지사 주지 장명스님)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등을 지내며 후학을 양성하고 2017년 입적한 녹원스님을 모신 제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엄한 스승의 모습이다.
녹원스님 추모집 '허공에 가득한 깨달음 영허녹원'(조계종출판사) 출간을 계기로 11일 조계사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큰스님의 엄하면서도 자애로운 성품을 보여주는 기억이 공유됐다.
녹원스님 추모집 간담회 |
장명스님은 녹원스님이 엄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지만 7∼8년 정도 모셨을 때 처음으로 속세의 이력을 물어보더니 "장명이 덕분에 편안하게 잘 쉬었다"고 칭찬을 해주셔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고 옛일을 떠올렸다.
국회 불자 모임인 정각회 회장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1990년대 초반 대구지법 김천지원 판사로 일하던 때 녹원스님이 머물던 직지사를 여러 차례 찾아가곤 했는데 스님이 "남북문제라든지 나라 걱정을 많이 하셨다"면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말씀을 들려줬다고 회고했다.
'허공에 가득한 깨달음 영허녹원'에는 조계종 원로의장을 지낸 도원스님을 비롯해 녹원 스님과 함께한 수행자 15명, 김종빈 전 검찰총장과 부인 황인선 씨 등 스님의 길을 따르는 수행자 13명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들은 녹원스님을 "진정한 리더", "불교정신에 가장 충실했던 수행자", "아버지 같았던 스승님", "언제나 공(公)을 위했고 사(私)가 없었던 어른" 등으로 기억했다.
녹원스님은 1928년 3월 4일 출생했으며 12세인 1940년 경북 김천시 직지사로 입산 출가해 다음 해 탄옹 화상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30세인 1958년 조계종 제8교구 본사로 승격된 직지사의 초대 주지로 임명돼 7차례 연임했으며 1984∼1986년 제24대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냈다.
1968년 8월 학교법인 동국학원 이사로 선임돼 25년간 이사직을 수행했다. 1985년 1월 이사장 직무대행이 됐고 16년간 네 차례에 걸쳐 이사장직을 맡았다. 2017년 12월 23일 입적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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