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음식점·주점업 소비가 1년 반여 만에 다시 감소세로 전환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음식점·주점업 소매판매액 지수(불변지수)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1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21년 1분기 14.1% 감소한 뒤로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상승한 외식 물가가 원인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의 모습. 2023.08.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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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몇 달 새 라면, 우유, 외식 등 밥상 물가 관리에 나선 가운데 외식업계는 정부의 인상 자제 요청에 난감하면서도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일 식품·외식기업 22개 사를 소집해 물가 안정에 협조를 구하고 업계의 고충 등을 들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외식업계는 정부의 물가 안정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가격 인상 요인이 많아 인상 결정은 시기의 문제라는 입장을 표했다. 8일 간담회에 참석한 외식기업의 관계자는 "정부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직설적으로 말하진 않았다"면서도 "원가 압박 등 감내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외식업계는 간담회에서도 식자재, 인건비, 배달 수수료 등 운영비 부담을 주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3 2분기 외식산업 인사이트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가격을 올린 외식업체의 90.3%가 '식재료 비용 상승'을 가격 인상 이유로 꼽았다.
또 외식 물가 안정을 위해 지원이 필요한 정부 정책으로 '식재료 가격 안정 정책'이라고 답한 비율은 74.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간담회를 마치고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인터뷰에서 "닭고기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며 "닭고기 할당관세 물량을 하반기에 3만t 도입했고 추가로 3만t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외식업계는 닭고기 할당관세 물량을 늘리는 게 외식 치킨값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예상했다. 국내 주요 치킨사가 대부분 국내산 닭을 쓰고 있으며 치킨값을 구성하는 요소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치킨업계는 현재로선 하반기 가격 인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닭고기뿐 아니라 기름, 인건비 등을 복합적으로 따져서 가격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식품·외식업계 CEO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09.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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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프랜차이즈 업계는 소폭이라도 가격 인상을 선택지에서 아예 배제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외식업체의 70% 이상이 6개월 이내에 가격 인상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을 단행했어도 영업이익에 큰 개선을 주지 못한 것이 큰 이유다. 실제로 가격을 올린 외식 업체의 58.9%가 영업이익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답한 업체도 32.5%로 집계됐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의 가격 인상에 대한 이견 조율도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외식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안 좋은 가맹점에서 본사에 일부 메뉴 가격 인상을 요구하거나 인상 계획이 있는지 종종 물어본다"며 "가맹점과의 상생 관계도 중요하고 소비자 반응도 살펴야 하는 터라 둘 사이에서 접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식품·외식기업의 원재료 구매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할당관세 품목을 확대하고 식자재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검역 협상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외식업체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력 고용규제 완화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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