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모두 긍정적 평가…우크라만 "자랑할만한 것 없어" 비판
"타협안은 모디의 외교적 쿠데타" 평가도
인도 G20 정상회의 [2023.09.09 송고] |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직접적으로 규탄하는 내용이 제외돼 G20 내부의 균열상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회의 첫날인 이날 회원국들이 공동선언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으로 공동성명 채택하기 어려울 것이란 당초 예상을 깬 것이지만, 가장 견해차가 컸던 부분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상당한 '수위 조절'이 이뤄졌다.
회원국들은 공동 성명에서 "우크라이나의 공정하고 지속적인 평화"를 촉구했으나 이를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명시적으로 연결 짓거나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한다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대신 "유엔 헌장에 따라 모든 국가는 어느 국가의 영토 보전과 주권, 정치적 독립에 반해 영토 획득을 추구하기 위한 무력 사용이나 위협을 자제해야만 한다"고만 언급했다.
이는 서방이 그동안 주장해온 것보다 상당 부분 완화된 것으로, 대부분의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힌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 G20 정상회의 때보다도 약해진 것이다.
올해 공동성명은 또한 "상황에 대해 다양한 견해와 평가가 있었다"는 단서를 달아 회원국들 사이의 극심한 분열상을 반영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성명은 미국 등 서방국이 전쟁을 규탄하는 강력한 내용을 포함하길 원한 반면 러시아는 완화된 표현을 선호한 데 따른 절충의 결과로, 양측 모두 외교적 승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 모두 이번 공동선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방측은 핵심 요구사항이던 '영토와 주권을 무력으로 위협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된 것을 '승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도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 |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번 공동성명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일련의 중대한 단락이 포함돼 있다"며 "또한 국가들이 영토 획득을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지하는 역할을 잘 해낸다"고 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공동선언문을 두고 잘 된, 강력한 결과"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이번 G20 공동선언문에 우크라이나 영토 보전이 강조됐다며 성과라고 평가했다.
러시아도 자국을 직접 비난하는 내용이 빠진 데 만족감을 표했다.
이번 회의에 러시아의 국제협력대사(셰르파)로 참석한 스베틀라나 루카시는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상황은 협상이 매우 복잡했다. 무엇보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및 파트너들의 집단적 입장이 결실을 보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회의 참석자 절반은 서방의 서사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으며, 공동선언에는 "합의된 언어"가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러나 이번 성명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올레그 니콜렌코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해 G20은 자랑스러워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매우 양극화된 이슈이며 여기에 대해 여러 견해가 있다"면서 "발리 (정상회의는) 1년 전이고 상황이 달랐다. 그 이후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번 공동성명의 '승자'는 모디 총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설리번 보좌관은 성명에 대해 "인도의 의장직 수행에 있어 중대한 이정표"라고 언급했다.
CNN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예상을 깬 이번 공동성명 합의가 모디 총리에게 "외교정책의 쿠데타"라고 평가했다.
G20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모디 인도 총리 |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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