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사우디 원유 감산 기조에 급등
美中 갈등도 한 몫...투자심리 악화
유가 급등과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강달러에 국제 정세 불안까지 겹치며 인플레이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조정 장세에 접어든 국내 증시에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분간 주가 변동성에 대비하는 보수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코스피 지수는 0.53%, 코스닥 지수는 1.04% 하락했다. 고유가발 물가 상승 우려로 하방 압력이 확대된 영향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1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0.65달러였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해 11월 16일(92.86달러)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10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51달러로 전날보다 0.74% 상승했다.
유가 상승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감산 때문이다. 사우디는 지난 7월 시작한 하루 100만배럴 감산 조치를 12월까지 3개월 연장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러시아 역시 하루 30만배럴 감산을 연말까지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내 증시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강달러와 고유가가 동시에 나타나자 국내 기업에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에 주식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미국 경제지표 호조 등에 힘입어 최근 지난해 3월 이후 처음으로 105대를 찍었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도 국내 주식시장에 하방 압력을 더욱 키우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앙정부 기관 공무원을 대상으로 애플 아이폰 등 외국산 통신기기 휴대와 업무 사용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반도체 업종 투자심리가 악화되는 등 증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새 철강 관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고 중국은 광물 수출 제한 카드를 꺼내는 등 갈등 양상은 더 다양해지고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 악재가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유가 상승세가 하락세로 돌아서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에 맞는 투자 전략으로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SK증권은 "미국은 내년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고 있어 진영에 관계 없이 '중국 때리기'가 더 격화될 소지가 충분하고 중국도 반격에 나서는 형국"이라며 "미·중 갈등이 증시 화두로 재차 올라온 후 상당 기간 머무를 가능성이 높아 (미·중 갈등을) 주요 모니터링 요소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유가 상승세가 단기간에 하락세로 전환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미국의 생산 증가분이 사우디의 감산을 상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김성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공급이 늘어나 균형을 되찾기 전에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차원에서 에너지주 비중을 높이고 아직 부진한 전자제품 수요의 영향을 많이 받는 반도체 기업 등 인공지능(AI) 외 분야에서 기술주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대신증권은 이번 주로 예정된 미국 실물지표 발표에 따라 유가 상승세 방향성이 갈릴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13일 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4일 8월 소매판매 등이 공개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 소매판매, 제조업지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유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미국 채권 금리, 달러 상승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며 "당분간 코스피는 저점 대비 반등 폭의 50% 되돌림 수준인 2520선 지지력 확보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장수영 기자 swimmi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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