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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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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예외주의' 콧대 꺾은 EU 최소국 몰타 출신 36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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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라이트닝→USB-C' 단자전환법 주도

"기업 강매 안돼…우린 국민을 위해 일할 뿐이다"

연합뉴스

"이게 뭡니까. 이거 하나로 바꿉시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정보통신(IT) 대기업 애플의 콧대를 꺾은 유럽의회 30대 의원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작은 회원국인 몰타를 대표하는 알렉스 아기우스 살리바(36) 의원의 얘기다.

아기우스 살리바 의원은 애플이 아이폰을 두고 타협할 수 없는 자존심처럼 지켜온 충전단자를 바꾸도록 한 입법을 주도한 인물이다.

애플은 여타 스마트폰들과 달리 자신들이 제조와 판매를 독점하는 라이트닝 8핀 단자를 고집해왔다.

그러나 애플은 이달 아이폰15의 공개를 앞두고 USB-C 충전단자를 적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최대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공룡기업 애플이 고집을 꺾은 배경에는 EU의 압박이 있었다.

EU는 올해부터 새로 출시되는 휴대용 기기에 USB-C 단자의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률을 작년에 제정했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기기마다 다른 충전기를 쓰는 게 단적으로 몰상식하다는 판단에 따른 입법이었다.

당시 유럽의회에서 아이폰의 라이트닝 단자 고집에 정면으로 제동을 거는 이 법안을 주도한 인물이 아기우스 살리바였다.

법안을 추진할 당시 그는 몰타 자택에서 쓰던 상자 하나를 유럽의회에 갖고 나왔다.

그는 상자에서 스파게티처럼 꼬인 충전기 뭉치를 꺼내 들고 오른손엔 USB-C 충전기를 집어 올리며 "이걸로 바꿉니다"라고 외쳤다.

여느 집 서랍 속에 웬만하면 다 있는 지저분한 충전기 뭉치는 사라지고 이젠 하나의 USB-C 충전기를 쓰게 된다는 뜻이다.

연합뉴스

새 아이폰에 '공용포트' 사용하게 되는 애플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사실상 라이트닝 단자를 유럽 시장에서 퇴출하는 법률이 시행되자 애플은 결국 공용단자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애플의 맥북, 아이패드에도 이미 USB-C 단자가 적용되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의 변화를 두고 '브뤼셀(EU) 효과'가 통했다고 8일(현지시간) 해설했다.

브뤼셀 효과는 국제법학자 아누 브래퍼드가 만들어낸 용어로, EU의 규제가 전 세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는 말이다.

EU는 소비자 보호 정책에 자신들이 최고라고 믿고 규제를 통해 미국 대기업을 압박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애플도 매출 4분의 1이 유럽에서 나오는 만큼 충전단자 통일 규제에 저항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관측된다.

아기우스 살리바는 WSJ 인터뷰에서 "애플에 싸움을 거는 것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애플이 다른 해결책이 있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독점하는 충전 액세서리를 강매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원들)는 우리 이익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며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며, 이렇게 되는 게 타당하고 앞으로도 이렇게 될 것"이라고 소신을 강조했다.

아기우스 살리바는 인구 52만명의 소국 몰타에 있는 시골 마을에서 성장해 기자와 변호사로 일하다가 2019년 유럽의회 선거에서 3만6천표를 얻어 당선됐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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