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7일 광주 북구 시화문화마을문학관 주차장에서 열린 어린이 통학버스 합동 점검에서 북구 아동청소년과, 교통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학원, 체육시설, 지역아동센터 통학차량의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광주 북구 제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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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최근 2학기 현장체험학습을 무기한 연기한다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보냈다. 정부가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 전세버스에 대한 단속을 유예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법을 위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학교 측은 “사고 발생 시 인솔 교사가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고, 보험금 지급도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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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취소에 학부모 “학원 보낼래”
경찰청이 지난달 24일 각 지방경찰청 등에 송부한 공문. 현장체험학습에 어린이통학차량이 아닌 일반 전세버스를 이용하더라도 단속보다는 홍보·계도를 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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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란버스’ 단속 유예 방침에도 현장체험학습이 줄 취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각 학교에선 현장체험학습을 무기한 연기하고, 전세버스 업체의 예약도 대거 취소되는 등 피해가 퍼지고 있다.
노란버스 논란은 2학기 개학을 앞두고 교육부가 일선 초등학교에 현장체험학습을 가려면 일반 전세버스가 아닌 어린이 통학버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내며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법제처가 만 13세 미만 어린이들의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이동도 도로교통법상 ‘어린이의 통학 등’에 해당한다고 해석한 데 따른 조치다. 학교 현장에선 이미 가을로 예정된 현장체험학습을 위해 전세버스 예약이 끝났고, 어린이 통학버스는 당장 구하기 어렵다는 반발이 나왔다.
체험학습 취소 소식이 이어지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아이가 코로나 시기에 입학해 이번 체험학습을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버스 때문에 취소돼 속상해했다”며 “체험학습을 하는 학원에라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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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교사 56% “현장체험학습 폐지해야”
지난 5월 4일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이 현장체험학습 나온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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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교육부는 국무조정실, 경찰청 등 관계부처와 협의 끝에 단속을 유예하기로 하면서 현장체험학습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현장 반응은 달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7~8일 전국 초등교원 1만21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반수인 55.9%가 ‘안전사고 등 민원‧소송 부담이 크므로 (현장체험학습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미 ‘위법행위로 판단해 취소했다’고 답한 교원은 30.5%였고, 취소 여부를 논의 중인 교원도 29. 6%에 달했다.
학교 현장에선 교권침해 논란으로 아동학대 신고나 학부모 민원에 대해 예민한 상황에서 현장체험학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부담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교총에 따르면 대부분의 교원이 ‘현장체험학습 중 불의의 사고로 인한 학부모의 민원, 고소·고발 등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실제로 ‘본인이나 동료 교사가 현장체험학습과 관련된 민원이나 고소·고발을 겪었다’는 교원은 30.6%였다.
현장체험학습을 강행하기로 결정한 학교에서도 관리자와 교사들 간 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 서울의 초등교사 김모(35)씨는 “교사들이 안전사고가 나면 부담이 너무 커서 진행을 못 할 것 같다고 했는데, 학교장이 학부모 의견만 듣고 수학여행을 강행한다고 결정했다”며 “교사들이 노조에 알려 학교에 항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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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내놓겠다던 교육부…“실효성 없다”
지난 5월 4일 오후 대구 달서구 테마파크 이월드 대형버스 주차장에 현장 체험학습을 위해 학생들을 태우고 온 관광버스가 빼곡히 주차돼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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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8일 경찰청, 전세버스연합회, 손해보험사 및 각 시·도교육청과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교육부는 “도로교통법의 ‘어린이의 통학 등’의 범위에 대해 법제처에 재해석을 요청했고, 국회에서도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이동을 제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법안이 발의돼있지만, 처리에 한 달만 걸려도 이미 9~10월에 집중된 현장체험학습은 다 끝난 후”라며 “법제처 해석은 강제성이 있진 않지만, 민사소송에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한다. 17개 시·도교육청이 모두 법률적으로 위법이 아니라고 해석을 유예하거나 발표하라고 요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현장체험학습과 관련된 소송 발생 시 대상자를 교사 개인이 아닌 교육감으로 변경하는 피고경정신청을 하도록 요구했다. 이미 부산시교육청은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육청이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공문을 관내 학교에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사건에 따라 법률적으로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교육청보다 상위법이 먼저라고 반대하는 교사들이 많다. 이미 무기한 연기를 안내한 학교들도 있다”며 “아이들이 안타깝지만, 교장으로서도 어쩔 수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chang.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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