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가스 안끊고 '블러드 머니' 계속 건네" 발언에 오스트리아 발끈
오스트리아 파견 EU 특사, 이례적 '본부 소환'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대표해 오스트리아에 나가 있는 고위 당국자가 주재국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EU 본부로 소환됐다.
EU 집행위는 8일(현지시간)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마르틴 젤마이어 오스트리아 주재 EU 집행위 대표에게 즉각 집행위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로 복귀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젤마이어 대표가 본부에 돌아와 지도부와 면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 교체 여부 등 후속 조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공개 소환 명령이 내려진 것 자체가 드문 일로 평가된다.
EU 27개 회원국 각지에 주재하는 EU 집행위 대표는 행정부 격인 집행위와 회원국 간 소통 창구와 고위급 방문 일정 조율 등의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파견된 특사에 해당한다.
젤마이어 대표는 지난 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오스트리아가 다른 EU 회원국과 달리 여전히 전체 가스의 55%를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지만 시민 누구도 항의 시위를 벌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나로선 놀랍다. 왜냐하면 이는 매일 러시아에 가스 요금 지급을 위해 '블러드 머니'(blood money)를 건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가스 판매 수익이 결국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자금으로 쓰이므로 수입을 멈춰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해당 발언이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된 이후 오스트리아 정치권은 물론 정부도 나서서 강력히 반발했다. 오스트리아 외교부는 전날 젤마이어 대표를 초치해 해당 발언에 대해 항의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EU로선 작년 초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여파로 초유의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러시아산 화석연료 탈피와 사용량 감축 등 27개국의 단합된 대응을 강조해온 상황에서 주재국 대표의 다소 과격한 발언이 내부 분열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EU가 젤마이어 대표의 발언 공개 이틀 만에 '부적절한 발언'으로 규정하고 서둘러 그를 불러들인 것 역시 그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EU 집행위 대변인 역시 각국에 파견된 대표단이 "집행위와 주재국 정부 간 신뢰받는 메신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단어 하나하나 사용할 때 신중해야 한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오스트리아 에너지부에 따르면 오스트리아의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는 전쟁 이전 80%에서 약 50%로 감소했다. 오스트리아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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