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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이슈 세계 속의 북한

“푸틴에 무기 팔면 큰 실수” 경고했지만… “미국, 북한 막을 대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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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대가” “후과” 표현 바꾸며 경고
제재 시사하지만 러 안보리 훼방 땐 한계
제재로 고립된 나라끼리 뭉치는 부작용
한국일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6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자카르타=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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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려는 북한을 상대로 미국이 또 엄포를 놨다. 하지만 북한을 단념시킬 뾰족한 대책이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이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로 동아시아 정세에 초래될 파장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일 “후회할 거야”… 그래서 어떻게?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7일(현지시간) CBS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공급한다는 구상은 “거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북한이 지원에 나선다면 “러시아와 북한 모두 고립이 심화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것이라는 4일 미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나온 이후 백악관에서 이 같은 메시지가 나온 건 세 번째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했고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6일 “나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쁜 결과'와 '대가'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커비 조정관이 북·러의 무기 거래에 직접 간여한 3개 기관을 미국 재무부가 지난달 제재한 사실을 거론하는 것으로 제재를 통한 보복을 암시한 게 전부다. 7일 블룸버그통신은 “북한의 셈법을 바꿀 만한 선택지를 미국이 거의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말이 모호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쟁 작정 없으면 대북 지렛대도 없어”

한국일보

2019년 4월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김정은(앞줄 왼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만나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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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도한 경제 제재는 어느 정도 한계가 드러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를 앞세워 북한의 수출입을 틀어막았지만 결과적으로 별 효과가 없었다. 북한은 궁핍을 견디고 제재망을 우회한 끝에 사실상 핵무장에 성공하며 맷집을 과시했다. 국무부 북한 담당관 출신 전문가인 조엘 위트는 블룸버그에 “북한 선박 나포같이 전쟁을 부를 수도 있는 조치를 불사하지 않는 이상 대북 지렛대가 없다”고 주장했다.

추가 제재도 안보리 차원에서는 쉽지 않다. 제재 결의안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에 러시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7일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수미 테리 미 우드로윌슨센터 아시아프로그램 소장은 “대북 제재가 이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에) 어떤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남는 카드는 서방만 참여하는 제재인데, 서방과 북한의 교류가 사실상 끊어졌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바이든, 유럽 챙기다 동아시아서 곤경”


미국 입장에서 더 당혹스러운 것은 제재의 부작용이다. 러시아가 탄약과 드론(무인기)을 구하려 북한과 이란에 손을 벌리며 제재로 고립된 나라들 사이의 연대가 형성됐다. 특히 북한·러시아의 밀착이 북한의 군사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면 제재가 부메랑이 된다. 빅터차 CSIS 아시아 담당 부소장 겸 한국 석좌는 세미나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도와 자신을 곤경에 빠뜨렸으니 한반도와 아시아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어렵게 만들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오기가 북러 정상회담 추진의 동력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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