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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사로잡은 한국문학 선교사들…'K문학의 탄생'[책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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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김영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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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 작품을 최초 번역해 서구에 소개한 이는 캐나다 선교사 제임스 스카스 게일(1863~1937)이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1895년 부산을 무대로 선교활동을 하던 그는 짧은 시 한편을 번역했다. 그의 한국명은 기일(奇一). 이듬해 한국 최초의 영어사전인 '한영대자전(韓英大字典): Korean-English Dictionary'을 펴냈다.

선교사 게일은 1913년 민담, 1918년 '춘향'(원전은 이해조의 '옥중화'), 1922년 '구운몽', 1930년경 이규보의 시를 번역해 한국문학을 간헐적으로 소개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전까지 제대로 된 한국문학 번역본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계 속 한국문학의 위상을 조명한 책 'K 문학의 탄생'은 △1988년부터 한국 현대문학을 번역해 온 안선재 석좌교수와 △한국 현대소설 권위자 브루스 풀턴을 비롯해 △조남주 소설 '82년생 김지영' 등을 번역한 제이미 장 △김혜순 시집 '한 잔의 붉은 거울' 등을 번역한 로렌 알빈과 배수현 △윤고은 소설 '밤의 여행자들' 등을 번역한 리지 뷸러 △김이듬 시집 '히스테리아' 등을 번역한 제이크 레빈 등 해외 주요 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또 수상하며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린 번역가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또한, 이들 번역가의 이야기를 뒷받침해 주는 한국문학의 영어번역 연구자인 한국외대 정은귀 교수, 한국외대 이상빈 교수, 숙명여대 이형진 교수, 이화여대 신지선 교수의 이야기를 통해 번역 세계의 이해를 돕는다.

한국문학 번역가이자 영국 출신 귀화 영문학자인 안선재(앤소니 그레이엄) 서강대 명예교수 겸 단국대 석좌교수는 2011년 미국 크노프 출판사가 출간한 작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영문명 Please Look After Mom)를 한국문학 번역의 상징적인 계기로 평가한다. 당시 이 책의 번역은 2023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작가 천명관의 '고래'를 번역한 김지영 씨가 맡았다.

이후 작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2016년 맨 부커상(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은 영국인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는 비평가들로부터 원전과 번역작의 괴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국문학을 'K 문학'으로 만들어내기까지 영어번역가들과 전문가들은 원전의 충실성과 현지화를 위한 창조적 번역을 놓고 고루한 고민을 수없이 반복한다. 한국이 삶의 공간이고 한국어가 모국어인 창작자의 의도, 작품의 배경, 언어가 표현하는 다양한 의미를 이해하면서도 문화적, 언어적 배경이 다른 타국의 독자들에게 감정의 선을 해치지 않으면서 호소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때론 오역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책은 "전문 번역가는 문학 작품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알고 있다. 번역가 자신이 먼저 열린 마음의 열정적인 독자가 되는 것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신경망 기계는 인간처럼 문학을 읽지도, 문학에 감동받지도 못한다. 그러니 독자의 마음을 무엇으로 어떻게 건드려야 하는지 훈련받을 수 없다. 나는 인간 번역가가 독자로서 하는 경험이 번역가 자신의 창조적 상상력과 결합했을 때, 기계 번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질적 우위를 보여준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나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작품으로 화제를 모을 수 있었던 것도 번역의 치열함이 해당 작품의 그림자로서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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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본격화된 한류 붐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높아졌다. 이른바 'K 드라마'와 'K 팝'을 통해 한국문화를 접한 이들은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는 동시에 문화적인 관심으로 이어졌고 문학은 또다른 K 콘텐츠로, K 컬처를 이해하는 소통 창구로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이다.

숙명여대 영문학부 이형진 교수는 "K 팝이 생산 주체를 글로벌화한 것처럼 현지 독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갈 수 있는 현지 번역가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과 현지 출판사에 한국문학을 홍보하고 연결해주는 통합 온라인 플랫폼이 필요하다. 또한 주도적으로 한국문학을 소비하는 독자들을 중심으로 한국문학에 대한 팬덤 문화를 주체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장도 마련돼야 한다"며 흐름의 지속성을 위한 과제를 제시한다.

책은 "경제적 혹은 시장지향적 목표에서 자유로운 노동은 창의성에 대한, 예술 창작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을 이끈다"며 번역가 역시 임금 노동자이지만 창의의 영역으로 바라봐줄 것을 당부한다.

그러면서 한국문학이 K콘텐츠의 일부로 속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번역가 제이크 레빈은 "지난 20여 년간 한국문학번역원의 막대한 지원으로 브랜드화된 K 문학이 K문화 콘텐로 축소되는 것에 우려"하면서 "K 문학 번역가는 K 콘텐츠를 생산하는 임금 노동자이지만 동시에 번역가로서 창의성을 지닌 예술가"라고 정의했다.

이 책의 책임편집을 맡은 조의연 교수는 프롤로그에서 "한국문학 번역 비평은 그간 원본중심주의에 치우쳐 창조성을 간과해왔다. 이제라도 한국문학 번역담론은 원작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번역가의 창조적 과정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K 문학'이 아닌 '한국문학'으로서 영미, 유럽, 일본 문학처럼 세계 문학 안에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작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 무대 뒤에서 독자의 마음으로, 또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킨 고된 노동의 결실을 보며 기뻐하고 때론 자기 위로를 보내는 번역작가들을 처음으로 조명한 'K문학의 탄생'. 이 책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한국 최초의 '한영대자전'을 저술한 제임스 스카스 게일 선교사의 마음으로 담아낸 기록이 아닐까 싶다.

조의연·이상빈 외 지음 | 김영사 | 4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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