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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스토킹 범죄 1295건 중 실형 21건뿐"…스토킹 양형기준 첫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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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4일 서울 중구 신당역에서 열린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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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은 범행이 반복되고 발전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스토킹이 다른 범죄로 발전해 ‘경합범’이 됩니다”

스토킹 판결문 1300여 건을 분석한 사법정책연구원 한나라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7일 오후 서울 은평구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양형위원회·한국여성정책연구원 ‘스토킹범죄와 양형’ 공동 심포지엄에서다.

2021년 만들어진 스토킹처벌법은 별도의 양형기준이 없다. 이날 심포지엄은 양형기준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인 셈이다.



스토킹만 하는 경우는 30% 미만…주거침입·폭행·살인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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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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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는 폭행·협박·성범죄 등 다른 범죄와 함께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나라 판사가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선고된 스토킹죄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총 1295건 중 스토킹만 저지른 경우는 385건 뿐이었다. 이들 대부분은 공소기각(32%) 또는 벌금형(23%)을 받았다. 전체의 33%는 집행유예를 받았고, 실형은 21건 뿐이다.

협박‧폭행‧감금 등 폭력범죄 394건, 주거침입범죄 214건, 디지털성범죄 137건 등이 스토킹에 더해져 일어났다. 살인예비‧살인미수‧살인 사건도 14건이나 됐다. 강간 등 성범죄도 29건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거 법은 스토킹을 경범죄 취급해서 범칙금 8만원에 불과했다”며 “스토킹을 구성하는 다양한 행위들이 별개 사건으로 쪼개져 가볍게 처벌된 역사가 길다”고 설명했다.



아는사람이 90%…주변인을 괴롭히거나 이용한 스토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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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50대 남성 A씨가 20대 여성 B씨가 혼자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가 남긴 닭꼬치와 메모(사진 왼쪽). A씨는 하루 뒤인 지난 1일에도 B씨 집에 치킨을 배달시킨 뒤 동일한 메모를 남겼다. 남성은 여성의 집 인근에 사는 주민이라고 한다. 사진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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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에서 고려해야할 또 하나의 요소는 가해자가 ‘아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김정혜 부연구위원은 “여성 긴급전화 1366에 접수되는 사건의 90%는 가해자가 과거‧현재의 연인‧배우자 등 매우 친밀한 파트너관계”라고 설명했다. 그간 쌓아온 관계로 인해 당사자만 알 수 있는 은근한 폭력을 가할 수도 있고, 상대방의 정보를 많이 갖고 있는 데다 피해자의 주변 사람을 이용해 스토킹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양형위 전문위원인 김현아 변호사는 여기에 더해 “개인정보 수집 단계부터 스토킹 행위로 보고 수집을 억제해야 한다”, “제3자를 통해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경우도 처벌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지인의 자녀·제자·신도 등 신뢰관계를 이용해 피해자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하는 ‘인적 신뢰관계를 이용한 범죄’는 다른 범죄에서 가중처벌요소”라고 강조했다. 우발성, 처벌 불원, 진지한 반성 등 감경요소는 없애야 한다고도 했다.

양형위 상임위원인 신숙희 부장판사는 “신당역 사건처럼 주거침입·협박·상해 등 불구속 단독 재판 중에 동일 피해자에게 더 심한 가해를 한 뒤 두 건이 병합돼 올라오는 사건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확 늘었다”며 “심포지엄 내용을 기반으로 기본 양형 요소 설정 및 가중요소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오는 18일 회의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중 양형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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