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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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이날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서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높은 투명성을 갖고 국제사회에 정중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종합 보고서에서 오염수 방류에 따른 영향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라고 기술한 점을 언급하며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어떤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계기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한 중국을 겨냥해 "중국은 돌출 행동을 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일본이 '처리수'로 부르는 물을 '핵오염수'로 지칭하면서 해양 생태환경과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끼친다고 맞받았다. 리 총리는 이어 "일본은 국제적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며 "주변국, 이해 관계자와 (오염수 방류를) 충분히 협의해 책임감 있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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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도시락 남기고 리 총리 찾아가
회의에 앞서 기시다 총리와 리 총리는 약 15분 간 선 채로 대화를 나눴다. 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리 총리가 대기실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자 먹던 도시락을 남기고 서둘러 대기실로 찾아갔다. 당초 일본 정부는 아세안 회의를 기회로 중·일 총리 간 정식 회담을 계획했지만, 오염수 방류 문제로 중국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단시간 접촉에 그쳤다.
리창 중국 총리(왼쪽)가 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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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총리는 이 자리에서 리 총리에게 중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조치를 철폐하라고 요구했으며, 일본 정부의 방류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후 기자회견에서 "내가 말을 걸었다고 해도 별로 틀리지 않는다"며 리 총리에 대해 "식견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리 총리가 기시다 총리에게 어떤 대답을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열린 중국과 아세안 회원국 간 정상회의에선 오염수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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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역풍' 우려해 수습 나서나
요미우리는 이날 중국의 반응에 대해 "리 총리가 '일본은 국제적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비판적인 톤은 억제했다"면서 중국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리 총리) 비판의 톤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중국 측은 들어 올린 주먹을 내려놓을 타이밍을 고르고 있다"고 해석했다.
기시다 총리도 발언의 수위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을 엄격히 비난하며 강경 자세를 어필하는 방안도 부상했지만 최종적으로는 '돌출 행동'이라는 표현에 그쳤다. 외무성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중국과의 '진흙탕 싸움'은 피하고 성숙한 대응을 하는 것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쉽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을 통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리 총리 등은 일본에 대한 공개 비판을 삼가고 있다. 이는 중국 내 반일 감정이 과도하게 증폭돼 당국의 통제를 벗어나는 사태에 대한 우려로 해석된다.
또 오염수 갈등이 장기화하면 중국 수산업·식품산업으로도 타격이 확산할 수 있어 비판의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일본에 유화적인 자세를 보일 경우 국내에서 저자세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중국 정부의 오염수 공격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전망했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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