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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오염수 방류에도 매출 증가?…"한국 도달전에 마지막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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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방류 후 노량진 수산시장 카드 사용금액 '증가'
시민 "덜 오염됐을 때 빨리 회 먹으려고 왔다"
상인 "당장은 늘었지만 나중엔 어떡하나" 걱정
노컷뉴스

5일 오후 2시 노량진 수산시장. 조수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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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 한 박스 더 주세요."

5일 오후 2시 노량진 시장. 장을 보러 온 주부 윤모씨(55)는 새우가 담긴 스티로폼 박스 앞에서 상인과 가격 흥정에 한참이었다. 양손에는 검정 비닐봉지를 한 개씩 든 채였다. 윤씨(55)는 "다른 가게에서 꽃게와 홍어를 사고 이젠 새우를 사러 왔다"며 "요즘 수산물을 많이 사고 있다"고 했다. 평일 낮인데도 시장 곳곳에서 가격을 흥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수산시장에서 20년째 활어 가게를 운영 중인 박모씨(56)는 "원래는 이 시간에 사람이 잘 없는데 요새는 사람이 정말 많이 온다"고 전했다. 노량진에 거주하는 박모씨(64)도 "평소에도 수산시장에 자주 오는데 요즘 시장에 사람이 정말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 직후 첫 주말인 8월 25~27일 노량진 소매점 매출은 방류 1주일 전인 8월 18~20일 대비 14.6% 늘었다. 또 국내 한 대형 카드사가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30일까지 자사 고객의 카드사용 금액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 카드사 고객이 노량진수산시장에서 쓴 금액은 전주(17일~23일)보다 48.6% 많았다. 이에 일부 매체들은 "오염수 방류로 인한 소비 위축은 없다", "국민들이 더 이상 오염수 괴담에 속지 않는다" 등 내용의 보도를 내놓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오염수가 한국에 도달하기 전 '마지막 만찬'을 위한 일시적 소비 증가라는 목소리가 많다. 윤씨(55)는 "오염수가 우리나라까지 오려면 6개월 정도 걸린다고 들었다"며 "오염수가 우리나라 바다에 오기 전에 미리 수산물을 많이 먹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방문한 김모씨(24)는 "오염수 때문에 생선이 더 오염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전에 생선이 덜 오염됐을 때 빨리 먹으려고 친구들과 회를 자주 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수산시장에서 수산물 8만원어치를 구매했다는 박모씨(56)도 "오염수가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전에 많이 사두는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이 오히려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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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 조수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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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지난 6일 여론조사 업체 메트릭스가 발표한 '수산물 소비 의향에 관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소비에 대해 "덜 먹거나 안 먹겠다"는 응답이 전체의 65.3%를 차지했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수산물은 다른 대체제가 없다"며 "오염수에 대한 소문으로 미리 한꺼번에 구매해놓은 사람들 때문에 소비가 일시적으로 늘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염수가 한 바퀴 도는 시기를 생각했을 때 아직까지는 괜찮다는 인식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며 "정치적 색, 과학적 근거와 무관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상명대 경영학부 서지용 교수는 "만약 소비자들이 오염수 이슈를 신경 쓰지 않는다면 아무 변화가 없었을텐데 소비량이 늘었다"며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수산물을 구매하는, 상황 앞에 대비한 예비수요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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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량진 수산시장에 위치한 한 가게. 조수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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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매출 증가에도 상인들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27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박모씨(59)는 "오염수를 버리기 전에 비해 손님이 2배 정도 늘었다"며 "오염수가 우리 바다에 영향을 미치는 시기가 오기 전에 사 먹는 심리가 90%라고 본다"고 했다. 또 "지금은 손님이 많지만 나중에 오염수 때문에 생선 나빠졌다는 말이 나오고 반대 운동하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그러면 종사자들은 다 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어업이 죽든 말든 일본 정부에 가만히 있으면서 종사자들 다 망하라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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