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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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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90弗 돌파···달러가치 6개월만에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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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Why···사우디·러 감산 연장 여파

산유국 재정 압박에 고유가 유도

WTI 가격도 10개월만에 최고치

엔저 가속 달러당 147.7엔 돌파

중국 경제활동 추가 둔화 우려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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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세계 3위의 원유 생산국 러시아가 예상을 깨고 감산 3개월 연장 카드를 꺼내면서 국제유가가 13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유가발(發) 물가 상승에 미국이 고금리를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달러 가치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엔저 현상도 심화하자 일본 외환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다.

5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에너지부는 “7월 시작한 하루 100만 배럴의 감산 조치를 12월까지 3개월 연장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러시아도 “하루 30만 배럴의 수출 축소 조치를 연말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1개월 단위로 감산 연장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1개월 연장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양국은 3개월 연장이라는 ‘깜짝’ 조치를 취했다.

유가는 껑충 뛰었다. 이날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3% 오른 배럴당 86.69달러에 장을 마쳤다. 연중 최고치이자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브렌트유도 1.17% 상승한 90.04달러에 마감돼 지난해 7월 29일 이후 처음으로 90달러를 돌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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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의 감산은 국가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사우디아라비아가 균형 재정수지를 달성하려면 평균 원유 가격이 배럴당 80.9달러가 돼야 한다. 지금은 가격이 이 수준을 웃돌지만 올해 상반기 유가가 70달러대에 그쳤기 때문에 유가가 올라가줘야 한다. 러시아 역시 올 들어 7월까지 재정적자가 2조 8100억 루블(약 38조 4000억 원)에 달해 유가 상승이 필수적이다. 이 외에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가 다소 냉랭해져 미국을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된 점도 이번에 감산 조치를 내린 배경이다.

아울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의 최대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회복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판단도 감산의 이유”라고 풀이했다. 중국발(發) 원유 수요 급증에 따른 유가 부양을 기대할 수 없게 되자 결국 감산 연장이라는 인위적인 카드를 꺼냈다는 이야기다.

유가 상승은 시장에 파장을 낳았다. 유로화·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6일 한때 104.9까지 올라 올 3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유가 상승이 미국의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고 이는 결국 미국의 고금리 기간을 연장시킬 것이라는 관측으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과 유럽 등 글로벌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도 ‘안전자산’인 달러의 가치를 밀어올렸다.

엔저도 가속화했다. 5일 엔화는 달러당 147.7엔까지 올라(엔화 가치 하락) 지난해 11월 초 이후 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전날 146엔대에서 1엔 이상 올랐다. 엔화는 지난해 10월 20일 종가 기준 달러당 150엔을 돌파하며 1990년 이후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간다 마사토 일본 재무성 재무관은 6일 기자들과 만나 “현재와 같은 움직임이 지속되면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시장에 경고했다.

유가 상승이 갈 길 바쁜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가 둔화하고 있는데 기름 값까지 비싸지면서 경제활동을 추가로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중국 경제가 세계 경제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월가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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