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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정보보호산업 30조시대] 다시 재조명된 물리보안, 정보보호산업 성장 견인 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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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국내 보안시장의 화두에서 잠시 비켜서 있던 물리보안 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을까?

정부가 2027년 정보보호산업의 시장 규모를 30조원까지 키우겠다는 내용을 담은 ‘정보보호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 전략’을 발표했다. 2027년까지 4년간 예산 1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전략적 투자, 지원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물리보안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발표된 2023년 국내 정보보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물리보안 시장 규모는 10조5632억원이다. 5조6171억원인 정보보안 대비 88% 높다. 물리보안보다 정보보안이 큰 다른 나라와는 다른 양상이다.

물리보안은 안전‧안심생활을 위한 각종 장비, 서비스 등을 아우른다. 매장, 건물을 지키기 위한 경비 및 출동보안부터 지능형 폐쇄회로(CC)TV,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생체인식, 여러 기술을 혼합한 무인매장 등이 물리보안의 범주에 포함된다.

정보보안과 달리 물리보안은 레거시(Legacy) 기술이라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사회 전 영역에 정보기술(IT)이 활용되듯, 물리보안 역시 점차 첨단화되고 있다.

영상 속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을 실시간 CCTV와 연계해 재난‧재해 및 사건‧사고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태원 참사’나 ‘강원도 산불’, ‘울진군 산불’ 등 이후 그 대안으로 가장 먼저 언급된 기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기술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것은 산업계 현장인 공장이다. 필수적인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으면 경영자를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계기가 됐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인해 AI CCTV를 통해 사건‧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 지속하는 중이다.

내가 나임을 인증하기 위한 생체인식 기술은 10여년 전부터 꾸준히 이용돼 왔다. 특히 많이 활용된 것은 지문인증인데, 최근 몇 년새 안면인식에 대한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이와 관련한 솔루션들이 다수 등장했다. 보안이 요구되는 건물에 드나들 때 별도의 출입카드 없이 안면인식만으로 입장이 가능한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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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대형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첨단 물리보안 기술은 점점 더 일상 곳곳에 녹아들 전망이다. 오는 9월25일 시행 예정인 수술실 CCTV 의무화를 규정한 의료법이 대표적이다. 의료 현장에 적용되는 CCTV에는 환자나 의료인의 개인정보를 지키기 위한 기술이 요구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목받은 무인매장도 물리보안 산업계가 특히 주목하는 분야다. 무인매장은 AI CCTV를 비롯해 생체인식 기술, 사물인터넷(IoT)를 이용한 매장 관리, 문제 발생시 현장 인력의 출동까지 그간 물리보안 기업들이 제공해오던 기술들이 총집합된 결과물이다.

이처럼 물리보안 시장에 대한 성장 기대감은 적지 않다. 특히 CCTV의 핵심 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칩(SoC)부터 영상인식을 위한 AI, 생체인식 기술 등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분야로 손꼽힌다. 2022년 물리보안 매출 10조5632억원 중 약 20%에 달하는 2조510억원이 해외 수출 성과라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시장을 주도할 리딩 기업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에스원은 2022년 매출액 2조4679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23.3%를 차지한다. 그 뒤를 잇는 것이 SK쉴더스다. SK쉴더스는 매출액 1조7928억원으로 에스원을 추격하고 있다.

여느 산업계가 그렇듯, 에스원과 SK쉴더스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깊숙이 들어가면 보다 많은 기업들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중동 수출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는 생체인식 기반 출입보안 솔루션 기업 슈프리마, AI CCTV를 위해 영상인식 기술을 개발 중인 마크애니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기업을 어떻게 지원하느냐에 따라 정부의 2027년 정보보호산업 시장 규모 30조원 달성 성패가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황은 낙관적이다. 2022년 국내 물리보안 시장 규모는 전년대비 13.4% 성장했다. 2027년까지 전년도와 같은 성장치를 유지하기만 해도 목표는 달성된다. 여기에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만큼 충분히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 산업계 인식이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물리보안 도입을 비용으로 여겨 꺼리는 풍토다. 국민 안전이라는 양보할 수 없는 명분이 있음에도 좀처럼 산업 성장에 탄력이 붙지 않는 이유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별다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

또 시행을 20여일 앞둔 수술실 CCTV 의무화법의 경우 지난 5일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제출하며 제동이 걸릴 것으로 여겨진다. 물리보안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국민 공감대를 얻어 2021년 법제화됐고, 2년이나 유예기간이 있었음에도 시행 20여일을 앞두고 제동을 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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