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EU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가 게이트키퍼 확정을 앞두고 막판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EU 집행위는 앞서 지난 7월 미국의 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애플·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중국의 바이트댄스, 한국의 삼성전자 등 7개 회사가 EU의 ‘게이트키퍼 지정 기준’을 충족해 자진 신고했다고 밝혔다. 집행위는 지난 45일 간 해당 기업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검토했고, 6일 최종 명단을 발표한다.
티에리 브르통 EU 내수시장 집행위원.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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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의 막강한 지배력에 종지부"
게이트키퍼란 EU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거대 플랫폼을 의미한다. 시가총액 750억 유로(약 107조원), 연 매출 75억 유로(약 10억7200만원), 월 사용자 4500만 명 이상인 기업이 적용 대상이다. EU는 “다수의 사용자를 다수의 사업자(입점업체 등)와 장기간에 걸쳐 연결하며 지배적 중개자 지위를 인정받은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게이트키퍼로 최종 확정된 기업은 DMA를 통해 ▶자사 우대(구글에서 쇼핑 검색시 자사 쇼핑 사이트가 최상단에 노출 등) ▶끼워팔기(유튜브 프리미엄 신청시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등) ▶최혜 대우 요구(플랫폼 사업자가 입점업체에 최저가 판매 요구 등) ▶타 서비스 이용 제한 등이 금지된다.
티에리 브르통이 지난 7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DMA 규제 검토 기업 명단을 올렸다. X(옛 트위터) 캡처 |
특히 독과점 완화를 위해 ‘메신저 서비스’의 상호 운용성을 보장해야 한다. 예컨대 소규모 메신저의 요청이 있을 경우 메타는 자사의 페이스북 메신저나 왓츠앱 등을 개방해야 한다. 또 아이폰·아이패드 등에 애플 전용 앱마켓(앱스토어)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서도 앱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된다.
DMA 위반 시 EU는 해당 기업의 연간 세계 매출액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반복적으로 위반할 경우 과징금은 최대 20%로 상향 조정된다. ‘조직적인 위반 행위’가 확인되면 사업부 일부 매각 명령도 내릴 수 있다. 안드레아스 슈바베 유럽의회 의원은 “DMA는 빅테크 기업의 막강한 지배력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
EU 집행위는 이미 지난 5월부터 DMA를 시행하고 있다. 다만 게이트키퍼 명단이 나오지 않아 예고 기간에 가깝다. 6일 게이트키퍼 명단이 확정 발표되면 6개월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내년 3월 본격적인 단속에 돌입한다.
DMA의 별칭은 ‘빅테크의 갑질 방지법’이다. 그간 EU는 빅테크 기업이 플랫폼 시장 전반을 장악해 진입 장벽을 높이고 신규 사업자의 진출을 가로막는 독과점 행위를 일삼고 있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기존 EU의 경쟁법 조항인 TFEU(EU 기능에 관한 조약) 102조 등을 통해 규제했지만 이는 사후약방문에 그친다고 봤다. 이에 DMA를 도입해 사전 규제와 사업자 입증 책임 등을 더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단속한다는 게 EU의 취지다.
EU가 빅테크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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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기업들은 EU 발표를 앞두고 DMA 준수를 위한 방안 마련에 몰두하는 한편, 자사 서비스를 게이트키퍼 리스트에서 빼내기 위해 분투 중이다. 이를 두고 WSJ은 “EU의 규제는 실리콘밸리의 ‘기술 지상주의’라는 온실에서 자라온 미국 빅테크 기업을 ‘규율 준수의 세계’로 전환시킨 대혁명”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에 설치된 자사 메시지앱인 ‘아이메시지’의 이용자 수가 DMA의 게이트키퍼 선정 기준에 못 미친다며 “메타의 왓츠앱과 상호운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EU에 제출했다. MS는 자사 검색엔진 빙(BING)의 검색 시장 점유율이 3% 남짓이라면서 구글 검색엔진(점유율 90%)과 나란히 게이트키퍼로 지정하는 것은 결국 빙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바이트댄스도 틱톡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하지 말 것을 EU에 촉구했다.
신재민 기자 |
국내에선 삼성전자의 게이트키퍼 지정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스마트TV를 판매하는 디바이스 제조사인만큼 DMA의 규제 대상인 ‘지배적인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변호사)은 “삼성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한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만약 삼성을 포함시킨다면 EU 집행위의 의도가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아닌 사실상 보호무역임을 드러내는 것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북미에 이어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한 지역이다.
신재민 기자 |
반면 지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경진 가천대 로스쿨 교수(개인정보전문가협회장)는 “‘삼성 인터넷’ 등 웹브라우저가 삼성의 메인 서비스가 아니라고 해도, 독점 플랫폼인 건 분명하다”며 “EU 집행위가 굳이 삼성을 제외시킴으로서 스스로의 집행력을 약화시킬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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