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등 시민단체 시위로 철거 지연
위안부 기념공간 ‘기억의 터’ 유지
서울시가 남산공원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작가 임옥상 씨의 작품 2점을 모두 철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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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남산공원 일제통감관저터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작가 임옥상 씨의 작품 2점을 모두 철거했다. 서울시는 성추행 선고를 받은 작가의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여성단체들은 위안부 지우기가 될 수 있다며 철거 과정에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5일 서울시는 남산공원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임옥상의 작품 ‘대지의 눈’과 ‘세상의 배꼽’을 철거 완료했다고 밝혔다.
‘기억의 터’는 2016년 위안부 할머니들을 추모하고자 시민들의 성금으로 조성된 공간이다. 당시 임옥상 작가는 공원 기획·설계와 더불어 자신의 작품 2점을 설치했다. 하지만 임 씨가 지난달 17일 강제추행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작품 철거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다.
시는 전쟁 성범죄 피해로 평생을 고통받아온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공간에 성추행 유죄 판결을 받은 작가의 작품을 존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시는 기억의 터 내에 있는 임 씨의 작품과 시립시설에 있는 모든 작품을 철거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로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가 임옥상의 작품을 철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전체 조형물을 존치해야 한다는 의견은 23.8%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남산공원 ‘기억의 터’에 설치된 작가 임옥상 씨의 작품 2점을 모두 철거했다. |
철거 과정에서 시와 여성단체 간 갈등이 일기도 했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작품 철거로 시민들의 모금으로 세워진 ‘기억의 터’ 내 작품이 철거되면 위안부 지우기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의연과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여성 단체 회원들은 전날 작품 철거 작업을 막아서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기억의 터 기습 철거 중단하라’ ‘위안부 지우기 중단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보라색 천으로 작품을 덮었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기억의 터 철거는 성폭력 저항의 역사를 지우려는 서울시의 기만적 행태”라면서 “임옥상을 핑계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까지 통째로 지우려는 서울시를 규탄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측은 기억의 터 내 임 씨의 작품만 철거할 뿐 공간 자체는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억의 터가 시민 모금 등을 거쳐 조성된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 기억의 터는 유지하고, 그 안에 있는 임 씨의 조형물만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단체가 성추행을 인정한 작가의 작품 철거를 막아섰다”며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많은 시민단체가 같은 사안을 두고도 ‘우리 편’이 하면 허물을 감싸주고 ‘상대편’이 하면 무자비한 비판의 날을 들이댄다”라며 “원래 사회 정의를 세우자고 시작한 일이었을텐데 설립 목적에서 한참 벗어났다”고 말했다.
앞으로 시는 조형물이 철거된 자리에 조성 당시 관계자 및 전문가의 제안을 받고, 공공미술위원회의 자문 등을 거쳐 새로운 콘텐츠로 채우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투데이/김채빈 기자 (chaeb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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