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현대차 노조는 임시대의원회를 열고 쟁의 발생 결의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사진제공=현대차 노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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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시선이 따갑다. 교섭이 원만하게 돼야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
이동석 현대자동차 대표이사가 지난달 31일 18차 노사 본교섭 자리에서 남긴 말이다. 매년 명절처럼 돌아오는 노조의 파업 으름장이 결국 기업 성장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의 파업 위협은 이미 관례로 자리 잡았다. 지난 4년간 무분규로 타결한 임금 및 단체 협상(임단협)도 사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파업 쟁의안을 약 72%의 찬성률로 가결시켰다. 노조는 파업 분위기를 고조시키면서 쟁의행위를 사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썼다. 매년 비슷한 내용과 수준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파업권 행사를 통해 그 중간 지점에서 타협하는 식이다. 올해 노사의 입장이 첨예하기 갈리는 정년 연장 건도 협상 테이블에 꾸준히 오르는 '스테디셀러'다.
노조가 올해 들어 더욱 강경한 태세를 취하면서, 원만하지 않은 교섭이 실제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합법적인 파업권을 획득한 현대차 노조는 오는 4일부터 모든 특근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그간 중단됐던 협상은 사측의 요청으로 재개하지만 일단 사전에 고지된 특근 외에는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특근 중단은 일반적으로 '생산 차질'로 분류되지 않는다. 평일 생산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공시 대상도 아니다. 그렇지만 현대차의 향후 판매량과 실적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자동차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고 있고, 현대차는 매 주말마다 토요일 특근을 실시하고 있다.
파업에 대한 국민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은 가운데, 노조가 외부에 크게 티가 나지 않으면서도 사측에 최대한 손실을 끼칠 수 있는 방식을 택한 셈이다. 파업에 돌입하면 그 여파는 더욱 클 전망이다. 현대차는 2018년 4일간의 노조 파업으로 1만1000대의 생산 차질과 2750억원의 손실을 봤다.
특히나 하반기에는 완성차업계 전반적으로 업황이 나빠진다는 전망이 나오는 시점이다. 노사 분규로 생산에 악영향을 끼치면 수익을 낼 적기를 놓칠 수 있다. 국제 정세에 따른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노조가 그 불확실성을 키울수록 분배 받을 파이도 줄어든다. 관행처럼 이어진 파업권 행사 위협과 특근 중단이 더 뼈아플 수 있는 이유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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