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중도층 우려에 색깔론으로 대응
'외교 성과' 강조한 윤 대통령에게 부담
윤석열 대통령이 8월 31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시장을 방문, 회식당에서 구매한 수산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3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한 지 열흘째를 맞았지만 오염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우려와 불안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지점을 세심하게 설명해야 할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은 물론 정부가 부족한 점을 채워야 할 야당이 오염수 방류를 지나치게 정쟁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는 배경이다.
정치권은 이날도 오염수를 둘러싼 공방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무기한 단식을 선언하며 오염수 저지 투쟁을 이어갔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향해 "외교적 자해행위"라는 비난을 반복했다. 국민이 우려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야 할 대통령실은 오염수 방류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노량진 수산시장 방문과 대통령실 구내식당 수산물 제공 등 대외 홍보성 행보에만 그치고 있다.
지난 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염수 방류로 우리나라의 해양과 수산물이 오염될까 걱정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5%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걱정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22%에 불과했다. 특히 정치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무당층이나 중도층에서 '걱정된다'는 반응이 더 높은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무당층과 중도층에선 '걱정된다'는 응답이 각각 84%, 79%이었고 '걱정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각각 14%, 19%였다. 민주당 등 야권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조차 오염수 방류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이 같은 우려를 '가짜뉴스' 혹은 '야당발 선동'에 따른 결과로 규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에 대해 나오는 것 보십시오.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그러는 사람들"(지난달 28일), "공산전체주의 세력과 기회주의적 추종세력, 반국가세력은 반일감정을 선동한다"(지난 1일) 등의 진영 간 갈라치기 식 발언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들의 불안을 이해하려고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야당과 한편인 이들로 배격한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담화문을 통해 "가짜뉴스가 아닌, 정부와 과학을 믿어 달라"고 당부해도 좀처럼 메아리가 없는 배경이다.
이 같은 강경하고 색깔론 일변도의 대응은 윤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는 59%로, 긍정평가(33%)를 크게 웃돌고 있다. 문제는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 오염수 방류(21%)를 꼽았다는 점이다. 이는 전주 조사 대비 10%포인트 급등한 수치다. 반면 윤 대통령의 긍정평가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힌 외교(19%)는 전주 대비 9%포인트 급감했다.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추진하면서 점수를 쌓아온 것을 오염수 방류 이슈로 까먹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주 아세안·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으로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윤 대통령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다수 국민들의 불안을 가짜뉴스나 색깔론으로만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오염수 방류는 시작됐고, 그럼에도 풀지 못한 아쉬움 또한 없을 수 없다"며 "총리의 대국민담화가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면, 윤 대통령이 진솔한 언어로 국민에게 설명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한국갤럽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