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평기금 끌어쓰는 정부
7월까지 세수 결손액 40조 넘어
법인세 줄어 올 60조 펑크 전망
공공자금 기금 투입 가능하지만
원·달러 환율 여전히 1300원대
"외평기금 활용 사실상 돌려막기
기금마다 목적있는데 간과"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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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는 이르면 이번 주 재추계한 올해 세수 예측치를 발표할 예정인데 7월까지 세수 결손액만 40조 원을 넘는다. 올 1~7월 국세수입은 217조 6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1조 원)보다 43조 4000억 원이나 줄었다. 당장 8월부터 지난해와 같은 규모로 세금이 걷힌다고 해도 세입 예산 400조 5000억 원 대비 48조 원이 부족하다. 게다가 8월 법인세 중간예납액도 기업 실적 악화로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올해 60조 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온다.
세수 펑크가 60조 원이면 중앙정부는 지방에 교부하는 금액 40%를 제외한 36조 원가량을 추가로 조달해야 한다. 쓰기로 한 예산을 안 쓰는 ‘불용(不用)’이 있지만 많아봐야 10조~20조 원 규모다. 더욱이 꼭 필요한 의무지출이 적지 않은 데다 총선을 앞두고 마구잡이로 허리띠를 졸라매기도 벅찬 상황이다. 지난해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이 있지만 이조차 최대 6조 원 수준이다. 결국 최소 10조 원 이상의 자금이 비는 셈이다.
정부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올해 공자기금 정부 내부 지출 153조 4000억 원의 최대 20%인 약 30조 원까지는 국회 의결 없이 행정부 재량으로 일반회계에 투입할 수 있다. 앞서 정부는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각 기금·회계별 재정 상황을 점검해 다른 회계·기금에 대한 자금 전출 및 공자기금 예탁을 적극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1300원을 넘어선 원·달러 환율이 언제 다시 요동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외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평기금을 꺼내 쓰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과 중국발 부동산 위기 등 대외 변수 탓에 1200원대로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한 달 만에 다시 1340원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지난해부터 고공 행진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당국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사들여왔고 이로 인해 외평기금에 원화가 이례적으로 대거 쌓였다. 정부는 2021~2022년 달러 매도로 외평기금이 상당한 수익을 냈던 점도 고려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그동안 원화 강세의 배경에는 중국의 환율 방어 정책 영향도 있다”면서 “자칫 외평기금을 꺼내 쓰는 것이 외환시장에 노이즈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목적이 따로 정해져 있는 기금을 정부의 쌈짓돈처럼 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전례가 없던 대규모 기금 활용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장부상 건전성을 위한 ‘분식회계’와 무엇이 다르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외평기금과 공자기금을 활용한 재정 운용이 장부상에는 총수입의 증가로 잡히지만 실제로는 돌려막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홍우형 동국대 교수는 “기금은 기금마다 목적이 있다”며 “세수 펑크가 나면 국채를 발행하거나 양적완화로 방어하는 게 정석”이라고 말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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