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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정치계 막말과 단식

역대 야당 대표들의 단식史…역사 흐름 바꿨던 YS·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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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김영삼, 군부독재 정권 종식에 기여

1990년 김대중, 지방자치제 열고 정권교체 기반

최병렬·문재인·황교안, 정권 긴장케 해

야당 대표 단식하면 여당·정부가 방문·만류

이재명 대표 단식, 尹은 어떤 반응 보일까?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새벽에 일어나기 싫었던 게으른 일꾼이 수탉의 목을 비틀었다는 우화에서 나온 이 말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쓰면서 유명해졌습니다. 1983년 5월 전 신민당 총재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對) 전두환 정권 단식 농성을 하면서 이 말을 남겼습니다. 훗날 역사 드라마에서 굵직하게 다뤄질 정도로 큰 사건이었지만, 당시에는 신문 한 줄 나오지 못했습니다. 신문사에 정부 기관원이 상주할 정도로 엄혹한 시절이었던 이유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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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단식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 모습


김영삼 전 대통령은 단식 전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단식 이유를 밝혔습니다. 민주화를 위한 최소한의 당면 과제로 구속인사 석방과 복권, 정치활동 규제 해체, 해직 교수와 근로자 및 제적 학생들의 복직·복학, 언론통폐합 조치 백지화와 언론자유 보장,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을 요구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단식은 23일간 이어집니다. 단식 중단 때 즈음 비로소 신문에 그의 소식이 실립니다. 목숨을 건 그의 비장한 단식은 전 국민의 가슴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야당 정치인, 재야 인사들에게도 자극이 됐습니다. 민주화 투쟁 동지이자 라이벌이기도 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 체류 중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습니다. 1987년 민주 항쟁으로 이어지고 군부독재가 종식되는 시발점이 된 것입니다.

김영삼 이후 야당 대표들 ‘최후의 항거’로 단식

1990년 10월에는 당시 야당 평화민주당 총재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단식을 합니다. 이때 평화민주당은 노태우·김영삼·김종필 3당 합당으로 소규모 야당으로 전락했던 때였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자당은 지방자치제 실시 등 이전 약속을 무시하고 내각제 개헌 등을 추진하려고 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후의 승부수로 단식 투쟁을 선택합니다. 그의 단식 투쟁은 13일 정도였지만 1991년 상반기 지방의회 선거, 1995년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1995년 지방선거를 승리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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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민정부가 들어서고 표현의 자유 허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단식은 흔한 투쟁의 수단이 됐습니다. 단식 투쟁이 갖던 고결함도 어느 정도 퇴색이 됐죠. 1995년 구속 수감 중이던 전두환이 안양교도소에서 ‘제5공화국 정통성을 지키겠다’며 단식 투쟁을 벌인 게 한 예입니다.

보수 정당에서도 단식 투쟁을 합니다. 2003년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의 최병렬 대표의 단식이 예입니다. 열흘 동안 단식을 했던 최 대표는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을 요구했고 이를 관철시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야당을 이끌던 시절 단식 대열에 합류한 적이 있습니다. 2014년 8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유민아빠’ 김영오 씨를 돕기 위해 단식을 합니다. 김영오 씨는 광화문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하던 차였습니다.

2019년에는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단식 투쟁을 감행했습니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황 전 대표가 단식을 하던 때는 11월말로 날씨가 쌀쌀하던 때였습니다. 장외 농성을 이어가던 그는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8일만에 단식을 중단했어야 했습니다. 병원 응급실로 실려가며 그의 단식은 중단됐습니다.

군부정권도 단식하면 찾았는데...윤 대통령은?

야당 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선다는 것은 ‘뒤로 물러서지 않겠다’라는 뜻입니다. 표면상 목숨까지 걸었으니 정권 입장에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식하는 야당 대표를 가만히 내버려 놓았다가 응급 상황이라도 벌어지면 여론이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청와대나 여당 고위 관계자가 찾아와 ‘단식 중단’을 종용하고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 단식하던 때에는 당시 여당 민정당의 권익현 사무총장이 전두환을 대신해 방문했습니다. 단식 중단을 촉구하던 그의 메시지를 전달해준 것이죠.

김대중 전 대통령 때에는 김영삼 당시 민자당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동지에서 거대여당 대표로 만난 것이죠. 본인의 단식 때 동조해준 김대중에 대한 부채 의식도 있었을 것입니다.

최병렬 대표의 단식 때에는 청와대에서 왔습니다. 당시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과 유인태 정무수석이 방문했습니다. 최 대표를 위로하면서 대통령의 걱정을 전한 것이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단식하던 때에는 청와대나 여당에서 방문해 위로한 정황은 찾기 힘듭니다. 여권 비주류로 꼽혔던 이재오 의원 정도가 찾았을 정도입니다.

2019년 황교안 대표가 단식에 들어갔을 때에는 당시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방문했습니다. 강 수석은 단식 중단을 촉구했습니다. 청와대가 야당 대표의 건강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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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을 시작하고 있다.
이날 이 대표는 당대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권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민을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며, “사즉생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지금 관심의 초점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자신의 측근을 보낼까요? 여당에서는 적어도 지도부 의원들이 찾아 안부를 물을까요? 여야 관계가 경색되어 있고 윤 대통령도 야당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고 있어 미지수입니다. 한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는 상종조차 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야당 대표인데 형식상으로라도 여당에서 이 대표의 단식 투쟁 천막을 찾지 않을까’라는 예상도 있습니다. 얼어붙었던 야당과 여당, 정부와의 관계도 조금은 나아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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