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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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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는 죽었다”…비공개 공간으로 향하는 이용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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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비공개 소통’ 변화
DM·비공개 커뮤니티 등 활성화
“인스타 이용자, 게시물 안 올려”
인플루언서·마케터 콘텐츠 늘자
게시물 업로드에 심리적 장벽 형성


매일경제

[사진 출처 = 비즈니스인사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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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이용 행태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방식에서 소수의 지인들과 비공개로 소통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아담 모세리 인스타그램 최고경영자(CEO)도 “이용자들이 다이렉트 메시지(DM), 비공개 커뮤니티, 그룹 채팅으로 옮겨갔다”고 인정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31일(현지시간) ‘소셜 미디어는 죽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같은 현상을 인스타그램 피드(콘텐츠를 게시하는 공간)로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의 장벽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용자들, DM·그룹채팅으로” 이유 봤더니
인플루언서 전략가 안드레아 카사노바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집에 갇혔을 때 소셜 미디어 앱들은 특정한 생활 방식을 갖고 있거나 특정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의 사진(콘텐츠)들이 유입됐다”며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에 대한 기준이 더 높다고 가정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피드에 (콘텐츠를) 게시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강화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일상 대신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제공되는 정돈된 콘텐츠가 인스타그램 피드를 장악하면서 일반 이용자들이 선뜻 게시물을 올리지 못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광고주들이 노출하는 제품 피드가 더해지면서 일반 이용자들이 일상을 편하게 공유할 수 없을 만큼 심리적 장벽이 높아졌다.

콘텐츠 제작자이자 사진작가인 타티 브루닝은 “모든 사람이 콘텐츠를 선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저녁 식사로 무슨 요리를 하고 있는지 보여줄 수 없게 됐다”며 “(그와 같은 일상은) 충분히 멋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카사노바는 “일반 이용자들은 자신의 삶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자신이 판매할 것이 없다고 생각해 소셜 미디어에 게시물을 올리지 않게 된 것”이라며 “‘크리에이터들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잊지 않아서 무엇을 공유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 순환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용자가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는 횟수가 점점 줄어들면서 새로운 앱이 차세대 앱으로 자리매김하려고 노력했다”면서도 “디스포(Dispo)·포파라치(Poparazzi)·로켓(Locket) 등의 앱들이 미국 애플 앱 스토어 차트 1위를 차지했지만 실제로 성공한 앱은 없었다”고 전했다.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가 새롭게 선보인 텍스트 중심의 소셜 미디어 앱 ‘스레드’도 출시 초기와 달리 힘이 빠진 상태다. 스레드의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출시 한 달 만에 약 79% 감소한 1030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소셜 미디어 본연의 기능을 되찾을 앱을 인스타그램 스스로도 찾지 못한 셈이다.

소셜 미디어 위기?…“소통 방식의 변화”
그러나 최근 추세를 소셜 미디어의 위기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는 행태가 변화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소통이 활성화하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모세리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10대들이 인스타그램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보면 스토리보다 피드보다 스토리에서, 스토리보다 DM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24시간 뒤에 사라지는 짧은 형식의 이미지와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다. 피드와 달리 게시물이 계속해서 남지 않는다.

이용자들이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마케터들이 차지한 공간 대신 폐쇄적 커뮤니티를 통해 더 작은 단위의 세부적인 소통을 지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러한 이용 행태를 뒷받침한다.

리아 하버만 미국 UCLA 소셜·인플루언서 마케팅 겸임교수는 “13세 이하의 알파 세대는 전통적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관습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사람들은 더 선별적이면서 예전의 상호작용 방식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온라인 분위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소셜 미디어를 자주 쓰는 많은 이용자들이 ‘인식’되고 수백, 수천의 시선을 보내는 것에 염증을 느끼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 긴밀한 연결과 커뮤니티의 시대로 후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세리도 인스타그램이 메시징 도구로 리소스를 옮겼다면서 “사실 몇 년 전에는 스토리 팀 전체를 메시지에 투입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이용자들도 “피드보다 스토리” 왜?
국내 이용자들의 이용 행태에서도 이와 유사한 흐름이 보인다. 실제 스토리를 통해 소수의 지인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학생 때부터 인스타그램을 사용해 왔던 한 30대 직장인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을 주로 이용하는 이유는 일상을 공유하면서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이라며 “피드를 올리면 기록이 남아 예전에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일을 했는지 유추할 수 있어 찜찜한데 일상을 공유하면서 기록에는 남지 않고 현재의 순간만 공유하고 싶어 스토리를 애용한다”고 했다.

일부 이용자들은 콘텐츠 소비 행태의 변화에 주목하기도 한다. 피드를 통한 공유가 줄고 스토리 중심으로 이용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의 변화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스토리를 애용하는 한 이용자는 “피드에 사진을 올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피드에 사진을 올릴 때는 글을 꼭 써야 할 것 같고 사진 크기도 조절해야 해서 귀찮지만 스토리는 간편하게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텍스트에 특화된 페이스북에서 인스타로 이용자들이 이동한 것은 사진이 더 직관적이기 때문이지 않겠냐”며 “콘텐츠를 소비하든, 소비를 당하든 점점 편리한 방법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이고 타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시간, 사람들이 자극을 인지하는 시간이 점점 단축된다는 의미인 것 같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으로 대포되는 소셜 미디어 시대 대신 다른 의미의 온라인 공유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는 것이 비즈니스인사이더의 관측이다.

다만, 공통점을 가진 소수의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소통이 강화할 경우 에코챔버(Echo chamber) 효과에 따른 부작용이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 에코챔버 효과는 이용자가 편향된 정보만을 공유하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최근의 변화가 더 건강한 디지털 경험을 창출할 것이라고 시사하지만 사람들을 같은 생각을 갖게 하면서 더욱 분열시킬 위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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