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울주군 서생면 새울원전 인근에 새울원전 5·6호기 유치를 둘러싼 찬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백승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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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로 들썩이는 가운데 새울원전 1~4호기가 들어선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에서 신규 원전유치를 둘러싼 주민간 찬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계획(2024~2038년)을 수립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을 반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자 주민들 사이에 ‘원전 자율유치’가 쟁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찬성 주민들은 자율 유치로 인한 지원금을 통해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입장인 반면 반대 주민들은 원전 밀집으로 인해 삶이 불안정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서생면 행정복지센터에서 새울원전으로 가는 도로 곳곳에는 새울원전 5·6호기 유치를 찬성하는 단체와 이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내건 현수막이 즐비했다. ‘새울원전 5·6호기 자율유치는 서생면민의 소망이다’는 찬성 의사와 ‘원전 자율유치만으로는 어업인을 구제할 수 없다’는 반대 의사를 담은 글귀가 각각 현수막에 쓰여 있었다.
30일 울주군 서생면 면소재지 도로변에 새울원전 5·6호기 유치를 둘러싼 찬반 현수막이 내걸렸다. 백승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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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유치를 하면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본지원금 이외에 총 건설비의 1.5%에 달하는 특별지원금에다 0.5%의 가산 지원금이 주어진다.
주민 박모씨(58)는 “신규 원전이 건설되면 일자리가 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각종 지원금도 받을 수 있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김모씨(49)는 “원전에는 위험성이 상존하는데 자꾸 원전이 들어오면 삶이 너무 불안해진다”며 반대했다. 최모씨(63)는 “과거 평화롭고 인정이 넘치던 시골마을이 어쩌다 원전 때문에 서로 반목하게 됐는지 안타까울 뿐”이라고 푸념했다.
개별 주민들은 물론 서생면 내 집단 사이에서도 갈등이 빚어졌다. 이장단협의회·주민협의회 등은 찬성의사를, 어업인연합회 등은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장단협의회는 새울원전 5·6호기 유치를 위한 주민서명을 벌여 지난 29일까지 3000여명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서생면 전체 인구는 8500여명이다. 임영환 이장단협의회장(59)은 “원전안전성은 이미 입증됐고 과거와 달리 기술력도 향상됐다”면서 “곧 주민서명 접수를 마무리한 뒤 어떤 절차를 거쳐 원전 자율유치 의사를 정부와 지자체에 전달할 것인 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 어업인연합회부회장(62)은 “신규 원전유치를 놓고 직접 타격을 받게되는 어업인들에 대해선 의견수렴 절차가 전혀 없었다”면서 “찬성단체는 서생면 주민이 아닌 새울원전 일용직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서명을 받아 마치 주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것 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울산지역 57개 단체로 구성된 ‘탈핵울산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22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새울원전 5·6호기 자율유치를 규탄하고 있다. 백승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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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울주군 관계자는 “주민들의 자율적인 움직임에 지자체가 개입할 수 없다”면서 “다만 신규 원전유치를 둘러싼 서생면 지역의 주민동향을 파악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울산의 시민사회단체는 “110만 울산시민을 위협하는 핵발전소 건설 유치세력에게 경고한다”면서 “신규 원전유치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울산지역 57개 단체로 구성된 탈핵울산시민공동행동은 “현재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의 경우 서생면 일부 주민이 유치서명을 받아 ‘자율유치 건의서’를 울주군과 군의회에 제출하면서 유치됐고, 방사선비상계획구역에 해당하는 울산시민의 의견을 묻는 절차도 없이 속전속결로 추진됐다”고 지적했다.
이현숙 탈핵공동행동 상임공동대표는 “부산 기장과 울산 서생 일대에 고리·신고리와 새울원전까지 모두 10기의 원전이 밀집돼 있고, 반경 30㎞ 이내에 380만명이 사는데 후쿠시마 원전 같은 사고 발생시 대책이 없다”면서 “그런데도 11번째와 12번째 원전을 추가로 유치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탈핵울산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22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핵발전소 건설 유치는 110만 울산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승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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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목 기자 smbae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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