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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취재파일] 사주, 부동산 그리고 부자 처가의 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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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겸 방송인 정혁 씨의 집에는 어항만 15개가 있습니다. 지난 19일 방송된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에서 정 씨는 "예전에 사주를 봤는데 물이 부족하다 해서 그때부터 어항을 들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작진은 정 씨의 발언을 소개하면 '샤머니즘 맹신(?) 기독교인'이라는 자막을 붙였습니다. 원시종교체계인 '샤머니즘'과 명리학 즉, 학문 대접까지 받는 '사주'는 엄연히 다릅니다. 하지만 상온 초전도체가 나오니 마니 하고, 달 뒷면 탐사를 본격 시작한 현시대에 사주에 깊게 빠진 인물은 '샤머니즘을 맹신한다'는 놀림 대상이 되고는 하는 것 같습니다.

"사주에 물 없어 경주 땅 매입"…위치도 모르는데 장인 친구와 매입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군 복무 중이던 1988년 형산강 주변에 있는 땅을 직접 매입해 땅을 30년 넘는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습니다. 경북 경주시 내남면에 있는 3필지 1만 1,806㎡ 면적의 이 토지 지목은 '유지'입니다. '유지'는 물이 고이거나 상시적으로 물을 저장하고 있는 땅이란 뜻입니다. 이 후보자 측은 "사주에 수(水)가 없는 이 후보자가 (백년)해로하기 위해선 수(水)와 관련된 토지가 있어야 한다는 장인의 조언 때문에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혼할 때 들어온 돈 3천만 원으로 구입했으며, 함께 구입한 2명은 장인의 친구"라는 겁니다. 이 후보자는 해당 '유지'를 찾아가 본 적이 없어 정확한 위치도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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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소유 경주 토지 중 일부(화면 출처=카카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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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주공아파트 34평이 5,500만~6,600만 원을 하던 1988년, 이 후보자가 서울 소재 아파트 절반 가격에 해당하는 현금을 쓸모도 없는 물 찬 땅을 사는데 덜컥 내놓을 수 있었던 건 처갓집의 재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후보자의 장인은 부산에서 오랫동안 자동차운전학원을 운영해 많은 땅과 현금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혼(1985년) 전후, 이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이 후보자 자신이 처가 식구들과 함께 부산 명장동, 주례동, 덕포동 등에서 땅을 대거 매입합니다.

처가 관련 땅 팔아 수십 억 원 현금화



처갓집과 연관된 이 땅들은 현재 72억여 원으로 신고된 이 후보자 현재 재산의 토대가 됩니다. '농지법 위반' 의혹이 불거진 명장동 토지를 처가 식구들은 2013년 건설사에 팔아 최소 225억 원 이상을 받는데, 이 중 28억여 원이 이 후보자 부부 몫이었습니다. 주례동 땅도 2011년 건설사에 8억 5,000만 원, 덕포동 땅은 2010년 손아래 처남에게 3억 6,000만 원을 받고 매각했습니다. 20억여 원으로 재산 신고한 서울 양재동 상가도 과거 배우자가 증여받은 땅을 정리하고 받은 돈으로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고 누락 비상장주식도 처가 회사…배당에 임대차 계약까지



어제(30일) 인사청문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며 이 후보자는 비상장주식 재산신고 누락 사실을 스스로 털어놨습니다. 10억여 원에 달하는 이 비상장주식 역시 손아래 처남이 운영하는 처가 회사의 주식입니다. 이 후보자는 "해당 주식을 보유한 것에 재산 증식 등의 목적은 일체 없었다"고 했지만, 이 후보자 부부와 자녀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수령한 배당금은 1억 7,000여만 원에 달합니다. 또 배우자가 이 회사 부지 일부를 보유해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산 형성의 시작과 끝이 '처가'…자금 출처 등 청문회 전에 공개해야



이 후보자 측은 부동산과 관련해 '오래된 일' '후보자는 개입하지 않은 일'이란 말과 함께 "문제가 있다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해명합니다. 이미 현금화 한 부동산이나 지금도 보유 중인 부동산은 대부분 이 후보자 부부가 사회생활을 본격적으로 하기 전인 20대 때 매입했습니다. 매입 자금 출처가 장인일 가능성이 커 보이는 이유입니다. 부산 만덕동 임야(공시가격 기준 2억여 원으로 신고)도 2000년 배우자가 장인한테 물려받은 땅인데 매입으로 신고해 '조세 회피'가 의심되는 상황입니다. 이 후보자는 각종 부동산과 관련해 '매입 자금 출처' '증여세 납부 여부' 등을 청문회 시작 전 자세히 소명해야 합니다. 부동산부터 비상장주식까지 이 후보자 재산의 시작과 끝이 사실상 '처갓집'으로 설명되는 상황에서 이는 청문회를 앞둔 공직자의 기본자세일 겁니다.

고정현 기자 yd@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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