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비행장, 유류고, 보안본부 등 러 군사·병참 목표물 공격받아"
러 전쟁역량 깎는 동시에 우크라 민·군 사기 진작하려는 듯
자폭드론 공격으로 프스코프 국제공항에서 솟아오르는 연기 |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자폭 드론(무인기)이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까지 날아가 자국에 대한 공격의 '원점' 역할을 해 온 군사시설 등을 타격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역량을 깎아내는 동시에 러시아 주민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동부·남부 전선에서 대반격 격전을 벌이는 자국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러시아 본토 내 비행장과 유류고, 보안본부, 정부청사 등 군사·병참 목표물이 잇따라 드론의 공격을 받고 있다며 30일(현지시간) 이같이 진단했다.
이 매체는 "우크라이나 정부는 통상적으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공식 시인하지 않고 있지만, 이 드론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시작되는 장소들을 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12월 초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각각 480㎞, 720㎞ 떨어진 러시아 내륙의 군용 비행장 두 곳이 공격을 받아 핵폭탄 탑재가 가능한 전략폭격기 두 대가 파손된 것이 시작이었다.
30일 새벽에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600㎞ 거리인 서북부 프스코프 국제공항에서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공군 수송기 4대가 파괴되는 등 상당한 피해가 발생했다.
NYT는 "프스코프 지역은 작년 우크라이나 소도시 부차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에 연루된 것으로 잘 알려진 러시아군 공수사단의 본거지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는 올해 5월 처음으로 대규모 드론 공습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피습 사례가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거점으로 활용 중인 벨고로드주와 크림반도 역시 며칠 간격으로 드론 공격을 받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군의 TU-141 발사 장면 |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군사용 드론 기술은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 러시아 후방 군비행장을 공격했을 때만 해도 우크라이나군이 쓴 무기는 1979년 실전 배치됐다가 1980년대에 퇴역한 옛 소련제 정찰용 제트엔진 드론 '투폴레프 TU-141 스트리스(Strizh)'에 폭발물을 탑재한 것에 불과했다고 한다.
하지만, 최근 사용되는 드론들은 프로펠러로 추진력을 얻으면서도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도록 새롭게 설계된 것들이다.
올렉산드르 다닐리우크 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을 시인하지 않으면서도 자국 드론 제조업체들이 진행한 수많은 실험이 결실을 보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항속거리가 1천㎞에 이르는 드론을 포함, 6∼7종가량의 장거리 드론을 개발해 왔다.
다닐리우크 전 서기는 러시아가 이란제 자폭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공격해 온 사실을 거론하면서 "그들이 던진 부메랑은 자신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러시아 정부나 우크라이나 접경 주민뿐 아니라 모든 러시아인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상공에 출현한 우크라이나 드론 |
미 당국자들은 이러한 공격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사기를 끌어 올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평가했다.
6월 초부터 시작된 이른바 대반격 작전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러시아에 한 방을 먹일 능력을 지녔음을 과시하는 동시에 러시아 내부의 전쟁반대 여론을 자극하려 했다는 것이다.
전선의 병사들도 의욕이 고취되는 모양새다.
남부전선에서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해병대원 '세르히'는 우크라이나 자체 생산 무기의 사정거리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면서 "더 멀리 다다를수록 우리가 실질적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러시아인들이 더 빨리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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