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보첸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 사무총장 인터뷰
동북아 지역 유일한 상설 정부 간 협력 메커니즘인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은 지난 수년간 코로나19와 같은 전례 없는 글로벌 문제들에 직면했다. TCS는 3국 간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평했다.
아주일보는 31일 퇴임 예정인 어우보첸(欧渤芊) 사무총장과 지난 24일 단독 인터뷰를 했다. 서울 종로구 TCS 사무국에서 만난 어우 사무총장은 2년 임기 동안 이룩한 주요 성과는 물론 직면했던 도전과 과제에 대해 소회를 밝히며 한·중·일 3국 간 문화 교류, 경제 협력, 청년세대 교류 강화 노력, 지역 평화 유지, 글로벌 문제 대응, 지역 안정 촉진에 대한 3국의 역할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개진했다.
어우 사무총장은 "지난 2년 임기 중 절반 가까운 기간 동안 코로나19 전염병의 영향을 받았으며 세계 경제 회복세가 둔화되고 한·중·일 세 국가 모두 거대한 경제적 도전에 직면했다"고 돌아봤다. 또한 "미·중 간 지정학적 경쟁, 민족주의 정서 고양, 보수주의 등장과 같은 일들이 한·중·일 협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중·일 3국 간 협력은 양자 관계로 인해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하지만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한‧중·일 협력 흐름을 유지하며 협력을 방해받지 않고 추진해 나가기 위한 3국 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부연했다.
어우 사무총장은 ”그 결과 지난 2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팀원들은 바쁜 가운데서도 큰 즐거움을 느꼈다. 아마도 이것은 TCS팀에서만 볼 수 있는 두드러진 특성일 것이다. 바로 바쁜 와중에도 즐거움을 유지하며 업무에 임하는 점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TCS가 지난 2년간 3국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이뤄낸 구체적 성과에 대해 언급하면서 "TCS는 지난 7월 중국 칭다오에서 매우 중요한 연례 프로그램인 한·중·일 3국 협력 국제포럼(IFTC)을 개최했다"고 소개했다.
이 행사에서는 현재 중국 외교부장으로 복귀한 왕이(王毅) 당시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개막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이번 포럼은 칭다오에서 한·중·일 협력이 새로운 출발을 하는 명확한 신호”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앞서 TCS는 지난 4월 중국 샤먼에서 ’제1차 한·중·일 비전그룹'(TVG)‘을 개최해 3국의 전직 정계 인사·외교관·저명 학자들을 초청해 3국 간 협력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3국 정부에 제시할 건설적인 정책 제안을 이끌어냈다. 이를 통해 TCS는 3국 협력 촉진의 장을 제공하고 심도 있는 토론과 의견 교류를 장려함으로써 3국 협력의 발전을 도모했다.
어우 사무총장은 “특히 문화 분야 교류는 지난 2년 동안 TCS의 중요한 사업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중·일 3국은 수천 년에 달하는 교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바로 이 역사적 유대가 일련의 공통된 문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마치 피가 우리 몸속에 흐르지만 우리가 항상 의식하지 못하듯이 이러한 영향은 묵묵히 우리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며 문화 교류에 대한 중요성을 역설했다.
올해 초 3국 간 여행 제한 규제가 풀린 가운데 TCS는 대규모 오프라인 문화 교류 행사를 개최해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TCS는 과거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알려진 중국 양저우시, 일본 나라시, 한국 경주시와 협력해 미디어와 온라인 인플루언서 투어 행사를 열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얻은 가장 뚜렷한 발견은 한·중·일 3국이 수천 년 동안 문화 교류와 상호 영향을 받으면서 문화가 서로 지속적으로 전달되고 발전되어 전승돼 왔다는 점이었다.
또 최근 열린 한·중·일 청년 100인단 행사에서는 3국에서 온 청년 100명이 모여 교류하고 이해하며 서로의 경계와 벽을 허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오프라인 대면 소통은 온라인 활동보다 서로의 감정과 온도를 더욱 느낄 수 있었다.
어우 사무총장은 “한·중·일 협력 배경에는 이러한 인간적·정서적 교류의 온기가 매우 중요하다. 모두가 자주 모여야만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경청하며 더 나은 상호 이해와 인식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협력과 관련해서는 "한·중·일 3국 간 중간재 무역은 세계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매우 성숙하고 유연한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완전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은 한·중·일 3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아시아 전체, 나아가 세계 경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3국 간 정상적인 경제 교류가 중단되면 한·중·일 3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그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중·일 3국 공급망은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방해를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어우 사무총장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월 TCS 주최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전문가 회의가 개최돼 한·중·일 3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지역 저명한 전문가 18명이 모여 RCEP 틀 안에서 3국 간 협력의 잠재력을 인식하고 상호 정책 교류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 회의에서는 지정학적 요인이 한·중·일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며 이에 대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마지막으로 어우 사무총장은 "TCS가 앞으로 한·중·일 3국의 지방 정부, 기업, 국민 간 가교 역할을 수행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플랫폼은 상호 경청, 교류, 이해, 감사, 수용을 증진함으로써 한·중·일 협력을 더욱 견고한 기반 위에서 진전시키고 상생 협력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본다"고 기대 섞인 목소리를 전했다.
아주경제=최금영 기자 choi5tsu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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