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리스크에 따른 세계 경제 블록화 등 각종 금융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장기 투자를 하는 채권시장에서도 변동성을 활용한 단기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해 투자 장벽이 낮아진 만큼 안전자산 투자는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안전자산은 주식처럼 단기가 아닌, 장기 투자를 통해 미래 불확실성을 더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내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은 전일 대비 3.0bp(1bp=0.01%포인트) 하락한 3.759%, 10년물은 6.3bp 하락한 3.872%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장기채를 매수한 데 힘입어 장기 금리는 낙폭을 확대하며 불 플래트닝(강세 수익률 곡선 평탄화)으로 마감했다.
채권시장은 미국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연초 이후 국채 수익률은 3년물이 3.01%, 10년물이 4.03%까지 상승했다. 금 수익률도 장기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금 펀드 수익률은 1.87%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지만 5년 단위로 펼쳐보면 46.71%까지 상승했다.
자본시장이 꾸준히 성장하듯 안전자산은 단기간 등락을 거듭하지만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만큼 수익률도 연 단위로 따져보면 주식시장 대비 높은 편은 아니지만 하락 위험이 작다. 대표 안전자산인 채권은 만기 때까지 보유하면 받을 수 있는 원금과 이자가 확정된다. 과거에는 개인들이 만기까지 보유해 이자 수익을 얻는 투자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개인투자자들은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통해 채권 매매를 손쉽게 하는 만큼 잔존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차익 실현에 나서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가령 한전채 금리가 6% 가까이 올랐던 지난해 11월 개인투자자들이 지금 당장 한전채(4%대)를 팔아도 수익을 올리기 때문이다.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안전자산 시장에서도 차익을 노린 단타 매매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안전자산 시장에서도 코인처럼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자를 하는 모습이 관찰된다"면서 "기존 투자자보다는 신규 투자자 사이에서 이 같은 매매 패턴이 보인다. 안전자산은 장기투자라는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ETF나 상장지수증권(ETN)은 사고파는 데 있어 기존 현물 자산보다 쉬운 건 사실이지만 채권을 단기 투자하면 채권 본연의 장점이 사라진다"며 "만기 보유 시 금리 상승 위험 없이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부분에 주목해 안전성과 투자 수익을 동시에 겨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낮아진 안전자산 투자 장벽에 단타 매매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기채는 연 3.6%, 단기 우량 회사채는 연 4%대 등 은행보다 높은 금리가 형성돼 있다"면서 "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고려할 때 개인들의 채권 선호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우상향하는 안전자산의 특성을 살려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되 주식 등과 함께 분산 투자하는 '바벨 투자 전략'도 유효하다고 말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경제 성장률이 둔화하고 물가 압력이 사라지고 있는 점은 안전자산 시장에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럼에도 변동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부는 주식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국채로 투자 위험을 줄여 수익을 추구하는 '바벨 전략'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용어 설명>
바벨 전략(barbell maturity)역도 선수가 들어 올리는 바벨은 양쪽 끝에 무게를 싣는 것처럼 여러 가지 선택지 중 중간은 버리고 양 극단을 선택하는 것을 바벨 전략이라고 한다. 위험도가 중간인 자산을 편입하는 대신 안정성이 높은 자산(채권, 금, 은)과 위험도는 높지만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자산(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것을 말한다.
아주경제=최연재 기자 ch0221@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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