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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일시위에 중일관계 냉각 …언제까지 계속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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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후쿠시마제1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 반일움직임이 거세게 불고 있는 중국에서 한 여성이 29일 베이징 일본 대사관 인근 일식당 메뉴판을 바라보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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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2012년 반일시위 사태가 재연될까.

중국에서 후쿠시마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류 이후 벌어진 격렬한 반일 움직임으로 중일관계가 당분간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 학교에 계란을 투척하고, 일본 공공기관에 수천 건의 전화를 거는 등 이번 반일 움직임은 2012년과 강도와 양상이 흡사해 일본 당국과 재중 일본계 기업 등이 긴장하고 있다. 다만 반일시위 자체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대규모 반일시위는 1972년 국교정상화 이후 이번이 네 번째이다. 2005년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2010년에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 12해리 이내 조업하던 중국 어선이 일본 해경순시선을 들이받고 선장이 구속된 사건을 계기로 벌어졌다. 가장 격렬했던 반일시위는 2012년 시위이다. 일본이 동중국해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후 벌어졌다. 시위대가 일본계 기업의 건물과 제조설비를 파괴, 방화하고 백화점을 약탈하는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일본 언론들은 중국 정부가 고의적으로 오염수의 위험을 과장하면서 반일행동을 부추기고 청년 실업, 부동산 위기 등으로 쌓인 불만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이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움직임에 적극 참여하면서 밉보인 것 역시 중국 당국 태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특히 이번 반일시위는 중국의 애국주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결합돼 반일행동이 놀이화, 돈벌이화 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SNS에는 일본 음식점이나 공공기관에 전화 거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중국에서는 전화는 물론 SNS도 감시 하에 있어 당국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삭제하고 SNS 게시물 작성자도 경찰에 구속될 수도 있다”며 “이번 사태는 당국이 용인한 것으로 보아도 부득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경제 침체로 청년실업률이 20%가 넘는다”며 “일본이 중국의 불만 배출구가 될 위험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아코 도모코 도쿄대 교수는 “관영매체가 ‘처리수’(오염수)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계속 보도하고 있고, 해당 이슈를 얕게 이해한 시민들이 반응하고 있다”며 “(반일 관련 게시물을 올려) SNS에서 조회 수를 높여 돈을 벌고자 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고 도쿄신문에 말했다.

산케이신문은 다음달 굵직한 역사적 ‘기념일’이 다가오고 있어 중국 내 반일 정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29일 보도했다. 다음달 3일은 중국의 항일전쟁승리 기념일, 18일은 만주사변(1931년)의 계기가 됐던 류탸오후(柳條湖)사건 기념일이다. 2012년 반일시위는 류탸오후 사건 기념일이 정점이 돼 최소 125개 도시로 시위가 확산됐다.

일본 정부가 계획했던 하반기 중일관계 개선도 어그러지는 모양새이다. 연립여당 공명당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28~30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친서를 들고 방중하려 했으나 취소됐다. 기시다 총리는 공명당 대표의 방중으로 물꼬를 터 9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중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했으나 “위태로워졌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중국 정부가 반일시위가 장기화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먼저 중국 경제가 좋지 않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이안 총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중국이 정말로 강력한 신호를 보내고 싶다면 일본의 전자제품, 자동차, 마이크로칩을 노릴 수도 있지만 중국은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면서 “지나치게 과감한 조치는 중국 경제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미국의소리(VOA)에 말했다.

시위 자체가 중국 당국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으며 당국도 이를 알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중국 당국 입장에서는 반일시위가 벌어지는 것이 당장 나쁘지는 않지만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항의를 하는 경험을 갖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불만이 당국을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국이 언제든 시위를 중단시킬 수 있는 중국에서 대부분 반일시위가 두어달만 지속된 이유이다.

해외 중국인들은 엑스(구 트위터)에 “샤오펀훙(중국의 극단적 애국주의자)들은 백지시위와 달리 반일시위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는 비판도 올리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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