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집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
‘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 작품에
‘꽃의 대부’ 원경 스님이 詩 붙여
올해 4월 충남 청양군 빛섬아트갤러리에서 김인중 신부(오른쪽)와 원경 스님이 김 신부의 작품을 함께 보고 있다. 김 신부는 “원경 스님의 무료급식소 운영은 자비와 사랑 속에서 한 일”이라고 말했다. 파람북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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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짓는 원경 스님은 진흙 속에 핀 연꽃 같지요. 제 수도복은 백합의 순결함을 상징합니다. 연꽃과 백합은 본래 같은 하늘 아래 피어 같은 하늘을 우러러 봅니다.”(김인중 신부)
“(김인중 신부의 한) 작품에서 불교의 무용 승무처럼 긴 옷깃을 펼쳐 너울대는 움직임이 여지없이 제게 와 닿았습니다.”(원경 스님)
‘빛의 화가’ 김인중 신부(83)와 ‘꽃의 대부’ 심곡암(서울 성북구) 주지 원경 스님(61)이 28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서로의 작품에 대해 말했다. ‘세계 10대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김 신부와 서울 종로구 원각사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시인 원경 스님이 최근 시화집 ‘빛섬에 꽃비 내리거든’(파람북·사진)을 함께 펴냈다. 지난해 봄, 출판사 의뢰로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졌다. 책에는 김 신부의 화집을 보며 원경 스님이 쓴 시 54편과 함께 김 신부의 작품 사진 60여 점이 담겼다.
예술은 종교를 뛰어넘어 이들을 한데 엮었다. 김 신부와 원경 스님은 시화집을 함께 펴내며 “예술과 수행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김 신부는 원경 스님에게 묵주를, 원경 스님은 김 신부에게 염주를 선물했다.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뒤 1974년 도미니크수도회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김 신부는 “예술가는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열어 내는 데 그 뜻이 있다. 원경 스님과 나는 서로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어선지 오래전부터 만나 온 사이 같다”며 웃었다. 1984년 송광사에서 현호 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원경 스님은 “출가와 더불어 시인의 꿈도 함께 움텄다”며 “말씀 언(言)자와 절 사(寺)가 합쳐져 시(詩)가 됐듯 수행과 예술의 길이 다르지 않다”고 했다.
“참된 진리는 이름을 떠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선미라는 가치 아래 종교의 이름마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불이(不二)적 가르침에 공감했습니다.” (원경 스님)
원경 스님은 김 신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보며 ‘창(窓)’이라는 시를 지었다. “계절이 흐르는 창에는/이웃의 일상이 흐르고/생각이 많을 땐/사유가 흐르고/휴식이 필요할 땐 차향이 피어나고…이 고운 창을 내신 그대/그 손결 빛나셔라”(‘창(窓)’ 중에서) ‘님을 위한 기도’는 김 신부에게 바치는 시다. 원경 스님은 이 시에서 “소박과 순수의 가없는 사랑 속/그 눈빛에/뭇 군생을 비추시기를”이라고 썼다.
화집과 시집으로 교류했던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올 4월 어느 날에는 비가 내렸다고 한다. 빛을 나눠 주는 섬이란 뜻의 ‘빛섬’을 한글 호로 쓰는 김 신부와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시인 원경 스님이 비오는 날 만나 책제목(‘빛섬에 꽃비 내리거든’)이 정해졌다. 원경 스님은 “우리의 만남이 사회를 화합하고 사랑을 구현하는 자그마한 꽃씨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김 신부는 “사람이 방 안에 갇혀 있으면 다른 데 빛이 있음을 모른다”며 “꽃이 자신을 피워 하늘을 바라보듯 이 책을 읽은 이들이 열린 하늘을 바라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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