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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물가와 GDP

엘니뇨에 떠는 물가 …“해수면 1도 오르면 곡물값 7% 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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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은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28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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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온도가 예년 대비 1도 올라갈 때마다 국제 식량 가격은 평균 1~2년 시차를 두고 5~7% 오른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국제 식량 가격은 국내 가공식품 가격에 11개월, 외식 물가에 8개월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데, 국제 식량 가격이 급등하는 기간엔 이 시차가 최대 2개월(가공식품 기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8일 ‘국내외 식료품 물가 흐름 평가 및 리스크 요인’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엘니뇨 등 이상기후가 국제 식량 가격의 가장 큰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봤다. 주요 곡물 산지에 닥칠 폭염·폭우 등으로 농산물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서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전 세계에 이상기후를 몰고 오는 현상이다.

지난 5월부터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진 가운데, 올 하반기엔 1.5도 이상 높아지는 강한 엘니뇨가 발생해 내년 하반기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엘니뇨 영향권에 들어 극심한 가뭄이나 호우 피해를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커피 원두), 태국(쌀), 인도(쌀·사탕수수), 호주(밀) 등의 주요 농산물 생산량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인도는 이미 일부 품종에 대한 쌀 수출을 금지하고 찐쌀에 수출관세 20%를 부과하는 한편, 7년 만에 설탕 수출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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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희 디자이너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 식량 가격 상승은 한국 물가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의 곡물 자급률이 2021년 기준 20.9%로 쌀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한은은 “가공식품 등 식료품과 외식 물가의 경우 체감물가와의 연관성도 높아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1차 가공품을 원재료로 하는 축산물과 의약품 가격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파급 범위도 넓다. 실제로 과거 엘니뇨 기간에 1차 가공품인 팜유 가격은 30% 넘게 치솟았고, 팜유가 쓰이는 화장품·세제 등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코로나19 이후 식료품 가격은 이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1(2020년 1월=100)이지만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만 떼어 보면 119.8로 전체 지수를 크게 웃돈다. 전년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을 따져 봐도 식료품 물가상승률(7월 3.4%)이 전체 상승률(7월 2.3%)을 상회하는 움직임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한은은 또 올해 4~7월 집중호우와 태풍, 폭염 등으로 인해 민간소비가 부진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민간소비 회복 모멘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7월(2분기) 국내 민간소비는 1~3월(1분기)보다 월평균 0.5% 안팎 감소했다. 특히 대면 활동과 관련된 의복·신발 등 준내구재 재화 소비와 음식·숙박, 육상 여객 등 서비스 소비가 두드러지게 줄었다.

올해 1분기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높아 봄 의류를 미리 구매했고, 그 결과 2분기 이후 기저효과 탓에 의복 등 준내구재 소비 감소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특히 7월은 평년 수준을 웃도는 강우로 의복, 음식·숙박, 레저·여행 등 대외활동 관련 품목을 중심으로 소비가 위축됐다. 한은은 앞으로 날씨 등 일시적 요인이 사라지면 소비 회복 흐름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오효정·한지혜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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