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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슈 [연재] 아시아경제 '과학을읽다'

[과학을읽다]인류 구원할 '꿈의 소재'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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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상압초전도체 논란 계기 '미래 소재' 주목

기술 난제 극복 위해 신소재 개발 활발

그래핀, 맥신, 메타물질, 페로브스카이트

우리나라도 100대 신소재 개발 총력전

소재(materials)’가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상온 상압 초전도체 논란도 결국은 새로운 ‘소재’가 개발됐느냐 여부가 문제였다. 사람들은 초전도체가 뭔지도 모르지만 ‘지구를 구할 수 있다’ ‘한국이 G1 국가가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들떴다. 테마주까지 등장해 아직도 등락을 거듭한다. 시대적 상황이 반영된 소동이었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 즉 기후 변화·자원 고갈·환경 오염 등을 극복하고 치열해지는 기술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존의 한계를 깬 첨단 미래 소재들이 필요한 것을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인류를 구원해줄 첨단 미래 소재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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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신소재 맥신-전기장을 따라 나란히 수직으로 배향된 맥신 나노 시트의 모식도. 자료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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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난제 해결 수단"

현재 인류의 생존·번영을 뒷받침해주고 있는 산업 기술들은 한계에 부딪혔다. 예컨대 반도체를 보자. 인공지능(AI), 자율 주행,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위해선 대용량·초고속 성능이 필요하다. 기존 실리콘 소재 반도체는 회로 선폭을 좁히고 단위 면적당 집적도를 높이면서 성능을 높여왔지만 더 이상 소형화는 불가능하다. 원자 2~3개 크기가 하나의 트랜지스터로 기능하는 상황에서 전기 신호가 다른 데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정확히 작동하도록 통제하는 것이 힘들어졌을 정도다. 발열로 인한 성능 저하·전력 소모도 감당하기 어렵다. 이 같은 기술적 난제들을 풀어내기 위해선 기존 물질과 전혀 다른 특징을 가진 새로운 소재들이 필수다. 화재가 자주 나고 안정성에 문제가 심각한 이차전지의 액체 전해질이나 기존 효율이 낮고 딱딱한 태양 전지들도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새로운 물질을 만들거나 기존 물질들을 합성해 전혀 다른 특성을 가진 소재들을 만들어 한계의 벽을 넘어서려 하고 있다. ‘차세대 태양전지’의 대표 소재인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이 있다. 19세기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가 우랄산맥에서 발견한 광물에서 파악된 분자 구조(이른바 ABC3 구조)를 갖는 물질을 통칭한다. 양이온 2개에 각각 3개의 산소 또는 할로겐 원소(Cl, Br, I) 등이 붙어 있는 물질 구성을 갖고 있다. 특징은 높은 열 전도성과 유연성이다. 이로 인해 주로 태양전지 소재 개발에 많이 응용되고 있다. 다만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는 흡습성을 가지고 있어 성능 저하가 일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페로브스카이트를 활용한 차세대 태양전지 개발이 활발한데,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광-전기 전환 효율을 기록(한국화학연구원·18.24%)하며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최근엔 포항공대가 페로브스카이트 트랜지스터를 개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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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물성을 찾아라

‘꿈의 소재’ 중 첫 번째로 꼽히는 그래핀(Graphene)도 있다. 흑연(graphite)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다이아몬드처럼 탄소 원자들로만 이뤄진 탄소 동소체(Allotropy)다. 한 꼭짓점에 3개의 원자가 달라붙는 sp2 결합으로 이뤄진 육각형 벌집 모양이 서로 연결돼 2차원 평면 구조를 이룬다. 이론상 원자 1개의 두께(약 0.2nm)의 얇은 막이다. 그래핀의 물성은 ‘현존 최고’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나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를 빠르게 이동시킨다. 강도가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열전도성도 기존 최고 물질인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높다. 구부리거나 늘려도 전기적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뛰어난 탄성도 갖고 있다.

1947년부터 이론적으로 알려졌지만 누구도 만들어 내지 못하다가 2004년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방식으로 간단히 분리해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일화로 유명하다. 이차전지, 터치패널,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고효율 태양전지, 방열 필름, 코팅 재료, 초박형 스피커, 이차전지용 전극, 초고속 충전기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기 위해 연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화학적 수증기 충전법, 화학기계적 방법, 전기화학적 산화-환원법 등 기존 공정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게 단점이다. 이에 대량 생산 공정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또 그래핀은 의료용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높은 물성으로 기존 의료도구들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손상 조직의 조직공학적 대체와 재생, 신체의 다양한 질환 치료를 위한 소재로 쓰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신을 넘보는 인간의 손재주

메타 물질도 신소재 분야에서는 필수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메타 물질은 자연 상태에선 존재하지 않는 원자 구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것을 뜻한다. 원자 단위에서 물체의 정확한 모양이나 구조, 크기, 방향 배열 등을 마음대로 조정해 물질의 특성을 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파, 즉 빛이나 전자기파·지진파·음파 등에 대해 음의 굴절률을 갖도록 해 흡수·반사·회절하도록 하는 엄청난 물질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미 영화 속 ‘투명 망토’는 현실화돼 있다. 빛을 굴절시켜 반사되지 않고 돌아 나가게 만들어 상대방이 보지 못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군사 분야에서 스텔스 기술에 활용될 수 있다. 최근 포스텍-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활용해 초박막 렌즈(1㎛)를 만드는 데 성공해 스마트폰의 ‘카툭튀’ 현상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았다. 기존의 볼록렌즈는 아무리 작아도 1㎝는 되어야 빛을 모을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메타 물질은 전자공학, 전자기학, 고전 광학, 마이크로파/안테나 공학, 양자전기학, 물질과학, 나노과학, 반도체공학 등에서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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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물질. 자료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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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연구진이 대량 생산 기술을 획득한 맥신(MXene)도 빼놓을 수 없다. 2011년 처음 발견된 2차원 평면 구조를 가진 세라믹 물질이다. 전이 금속에 탄소 또는 질소가 결합돼 있는 원자층으로 구성된 신물질을 총칭한다. 뛰어난 전도성과 에너지 저장 특성, 친수성, 기체에 민감한 전기화학적 특성, 마찰 시 전자 흡수 능력을 갖고 있다. 전자파를 차단하고 물을 정화할 수 있으며 박테리아까지 차단하는 능력이 있다. 화학적 안전성·물리적 내구성이 뛰어나 가장 튼튼한 소재다. 리튬 이온 배터리 전극·슈도커패시터(정전기적·화학적 반응을 동시에 적용한 에너지 저장장치) 등 에너지 저장 장치의 소재, 강화ㆍ복합재, 촉매·필터 재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담수화·폐수 처리, 웨어러블 등 휴대장치용 마찰전기 발전기, 전도성 코팅 재료, 센서 등 응용 분야가 매우 넓다.

한편 우리나라도 주요 과학기술 분야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100대 미래 소재 발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과기정통부는 12대 국가 전략 기술 분야에서 100개의 미래 소재를 선정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기술 개발·로드맵을 마련 중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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