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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인공위성과 우주탐사

“우주비행사 신체 회복에 골수 지방이 결정적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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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환경서 적혈구 54% 소실

귀환 후 골수 지방이 재생 도와

“관련 질병 연구서도 참조 가능”

동아일보

미국항공우주국 우주비행사팀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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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유인 탐사 시대를 앞두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장기간 체류한 우주비행사들의 신체에 일어나는 변화를 확인하고 대응 방법을 찾는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미세중력 환경인 우주 공간에 오래 머물 경우 적혈구나 골 손실 등 신체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계에선 지구로 귀환한 우주인들의 신체가 어떻게 회복되는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가이 트루델 캐나다 오타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연구팀은 골수에 저장된 지방이 우주공간 체류로 발생한 적혈구나 뼈 손실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21일(현지 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연구팀의 선행 연구를 기반으로 적혈구와 뼈 건강에 초점을 맞췄다. 우주인이 임무 수행을 위해 장기간 우주공간에 머물면 근육량과 뼈질량이 줄어들고 면역시스템이 저하되며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지 능력이 저하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재까지 무중력, 방사선, 우주복 착용 등이 우주에서 인체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앞선 연구를 통해 우주 여행을 하는 우주인들의 적혈구가 지구에 있을 때보다 54% 더 파괴된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런 신체 변화를 ‘우주 빈혈’이라고 칭했다. 우주 빈혈 현상은 무중력 상태로 지내는 우주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구를 비롯한 중력을 가진 행성에서는 에너지, 지구력을 저하시키는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빈혈을 빠르게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우주인들이 지구에 귀환했을 때 신속하게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이다.

연구팀은 ISS에서 6개월간 임무를 수행한 우주비행사 14명을 대상으로 임무 전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진행해 지구로 돌아온 지 약 한 달 뒤 골수 지방이 4.2% 감소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적혈구 생산 증가 및 뼈 복원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고, 이후 골수 지방은 점차 정상적인 수치를 회복했다.

연구팀은 적혈구가 골수에서 생성된다는 점에서 가까이 위치한 에너지 공급원인 골수 지방을 사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적혈구와 뼈 생성에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며 재건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활의학과 전문의인 트루델 교수 연구팀은 우주인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빈혈 환자들의 건강 회복법을 찾는 데도 이번 연구가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빈혈 환자들은 운동 능력, 근육량, 골밀도 등이 모두 부족한 상태로, 빈혈은 또다시 근육량, 뼈의 양 등을 회복하는 데 방해가 되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트루델 교수는 “우주에서 활동량이 부족했던 우주인들의 몸 상태와 회복 과정을 연구하는 것은 다른 환자들의 건강을 되찾는 방법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골수 지방 증가와 연관된 골다공증, 대사증후군, 노화, 암 등의 질병 연구에도 참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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