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16)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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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한 대로 일본은 지난 24일 낮 1시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습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12년 5개월, 스가 전 총리가 지난 2021년 4월 해양 방류를 정식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입니다.
지금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된 오염수는 134만t입니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 기간이 앞으로 30~4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뉘앙스는 다르지만, 언론마다 '30년 숙제 시작', '30년 도박 시작'이란 수식어를 붙이며 30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30년이면 오염수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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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후쿠시마 오염수는 30년이면 없어진다고 볼 수 있을까요.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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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말하는 '30~40년'은 2023년 8월 현재까지 만들어진 오염수를 방류하는 기간으로, 앞으로 추가로 만들어질 오염수는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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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를 가두고 있는 철제 탱크. 원전에는 1,000개가 넘는 철제 탱크가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2011년 3월 후쿠시마 폭발 사고 이후, 원전에는 처리되지 못한 핵 연료가 가득 남았습니다. 원전 지하에 있는 데 모두 880t 정도로 추정됩니다.
문제는 지하수입니다. 지하수는 폭발 사고로 생긴 원자로 균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방사성 물질 가득한 오염수가 됐고, 바로 바다를 향해 흘러나갔습니다. 이렇게 하루만 만들어지는 오염수가 평균 100t에 달했습니다. 오염수는 이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일본은 그 오염수를 1,000개가 넘는 철제 탱크에 보관해 왔고, 보관했던 오염수를 ALPS 처리 과정을 거쳐 방류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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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핵연료는 원전 지하에 여전히 있기 때문에 오염수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하루 100t의 오염수가 만들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일본이 목표로 잡은 30년 뒤에는 새로운 오염수 100만t이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달리 말하면, 오염수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 원전 지하의 핵연료를 치우지 않으면, 방류 작업은 끝없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880t에 달하는 핵연료를 치우는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겁니다. 방사선량이 너무 높아서 사람이 근처에 갈 수조차 없습니다. 실제 2015년 4월, 도쿄전력은 로봇을 투입해보기도 했지만, 방사선량이 너무 강해서 투입 5시간 만에 로봇이 고장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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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 격납용기에 처음으로 투입된 로봇(위). 지름 10cm 정도의 배관으로 집어넣고, 안에선 ㄷ자 모양으로 변신해 방사능을 측정하고 내부를 촬영했다. 아래 사진은 로봇이 촬영한 원자로 내부 사진. 방사선량이 시간당 24.9Sv라고 써져 있는데, 인간의 '연간' 방사선량 한도의 2만 5천 배 정도 수치다. 보통 피폭량이 10Sv를 넘어가면 중추신경 마비로 1~2일 내에 사망한다.
사실은팀이 권위 있는 한 전문가에 자문을 구해보니 다음과 같은 답을 들었습니다. 해당 전문가는 익명을 요구했습니다.
Q. 지금 후쿠시마 원전 지하의 핵 연료는 어떤 상태인가?
A. 강한 폭발이 있었던 후쿠시마 원전 1호기와 3호기 원자로는 당시 온도가 너무 높게 올라가 핵 연료가 다 녹아버렸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고향화됐지만, 이는 핵 연료가 어떤 구조물 안에 보호돼 있는 게 아니라 외부에 노출돼 있음을 의미한다.
Q. 핵 연료를 치우는 게 어려운가?
A. 지금 원전 지하의 핵 연료는 정상 원전처럼 잘 썰어진 떡처럼 구분돼 있는 게 아니다. 녹은 적이 있기 때문에 여기저기 달라붙어 제멋대로 뭉쳐있는 상태다. 워낙 방사선량이 높아서 사람이 들어갈 수도 없다. 일본은 첨단 하이테크를 통해 핵 연료를 들어 내려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수십 년 내에 공학적 해결 방법은 없다고 볼 수 있다.
Q. 결국, 지하수가 흘러 들어가 오염수가 계속 만들어진다는 얘기인가?
A. 지형 특성상 지하수가 계속 흘러 들어가는 구조다. 핵 연료가 계속 존재하는 한 계속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체르노빌 원전의 경우, 콘크리트로 아예 원전을 덮어버리는 석관(사코파거스·sarcophagus) 방식으로 처리한 뒤 지역 자체를 포기해 버렸습니다. 고형화 시키고, 주변은 아무도 출입 못하게 하는 겁니다.
이른바 안전봉인설비(NSC)입니다. 핵 연료를 꺼낼 안전한 기술이 없다 보니 이 같은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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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코파거스 방식을 후쿠시마 원전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체르노빌 원전 주변 지역은 도시와 거리가 멀어 외딴 섬처럼 방치해도 비교적 용이한 땅이지만, 후쿠시마 원전 지역은 그렇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민가와 농지가 많기 때문에 체르노빌에서 썼던 방안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이해관계가 너무 복잡하게 얽혔습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주변 지형을 비교해 봤습니다. 아래는 모두 구글 어스를 통해, 동일하게 20km 상공에서 바라본 지형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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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는 것처럼 체르노빌 원전은 넓은 평원에 외딴 섬처럼 있고, 주변 민가도 규모가 크지 않았습니다. 주민 이주도 어렵지 않았습니다.
반면, 후쿠시마 지역은 후타마바치, 오쿠마마치, 도미오카마치와 같은 지역의 중심가가 가까이 존재하고, 주변 땅 상당수가 농지입니다. 특히, 아부쿠마산지의 물이 내리막을 따라 해안으로 향하면서 엄청난 양의 지하수가 만들어집니다. 후쿠시마 원전을 사코파거스 방식으로 고형화 시켜도, 지하수 유입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는 기술적 확신이 없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달리 말하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목표로 하고 있는 30~40년 훨씬 넘게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전문가나 찬성하는 전문가나 의견이 비슷합니다. 일본 내부에서도 같은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도 최근 "30년 뒤 핵 연료를 없애겠다는 목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엄중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기술로 '방류 완료'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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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기간이 길어져도 희석을 잘해 방류하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게 일본의 입장입니다. 한국의 상당수 전문가들도 기준치에 부합하면 기간은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국제 사회의 대체적 분위기도 그렇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는 "핵 연료를 없애는 문제는 로컬(local) 이슈로 봐야 한다. 30년을 방류하든 300년을 방류하든, 우리 바다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한국 입장에서는 방류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주변 해역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미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감시와 해양 방사능 감시를 강화하는 대책을 세웠습니다. 방류될 오염수의 확산 경로를 감안해 지난 6월부터 후쿠시마 원전에서 약 500~1600㎞ 떨어진 공해 상의 2개 해역 8개 정점에서 매달 해양 방사능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7월부터는 한반도 주변 해역 방사능 모니터링 지점을 92개 정점에서 200개 정점으로 늘렸습니다. 내년부터는 태평양 도서국들과 협의해 태평양에서 한국 해역으로 들어오는 북적도 해류의 방사능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10개 정점 대상으로 한 조사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정치적 논란, 사회적 갈등도 그만큼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사회적 비용입니다. 어쩌면 이 부분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논란이 불붙기 시작한 지난 4월부터 최근까지 모두 15편의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팩트체크를 했습니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금, 이제부터는 일본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감시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정말 기준에 맞게 방류하고 있는지, 우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지, 지속적으로 팩트체크 하겠습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①편 : [사실은] "한국도 방사능 오염수 방류" 일본 주장, 따져봤습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②편 : [사실은] "후쿠시마서 기준치 14배 우럭"…피폭량 얼마나?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③편 : [사실은] 같은 보고서 놓고 민주당 vs 민주당, 누구 말 맞나?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④편 : [사실은] 후쿠시마산 일본 수입 멍게 국내 팔리고 있다?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⑤편 : [사실은] 국내산과 일본산 '멍게 구분법', 맞는 걸까요?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⑥편 : [사실은] "문 정부 때 이미 오염수 처리 장치 검증" 따져보니…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⑦편 : [사실은] 오염수? 처리수? 다른 나라는 어떻게 부를까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⑧편 : [사실은] 오염수 보관 'K4 탱크' IAEA 평가는?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⑨편 : [사실은] 후쿠시마 방사능 측정값 사용 설명서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⑩편 : [사실은] '도쿄전력 자료'를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이유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⑪편 : [사실은] "文 정부도" "다른 나라도"…삼중수소 논란의 모든 것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⑫편 : [사실은] 소금값 급등…후쿠시마 오염수발 사재기 때문?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⑬편 : [사실은] 한덕수 "바다 방사능, 후쿠시마 사고 전과 동일" 따져 보니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⑭편 : [사실은] IAEA 종합보고서에 '알프스 성능'은 빠져있다?
► 후쿠시마 오염수 팩트체크 ⑮편 : [사실은] 민주당 "IAEA, 이미 2015년 해양 방류 권고" 따져 보니…
(작가 : 김효진, 인턴 : 여근호, 염정인)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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