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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외압 논란’에 빠진 국방부… 전 해병 수사단장 측, 국방부 간부들 공수처에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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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실종자 수색 중 故 채상병 순직 후

원인 규명 집중 못하고 수사단 ‘외압 논란’만

수사단장 측 “죄명·혐의자·혐의내용 빼라 압박”

국방부, 압박 주장 사실 아냐… ‘항명’ 혐의 입건

임성근 해병 1사단장 피의자 의견에 외압 있었냐가 핵심

수사단장 측 “사단장 빼고 현장 지휘관에만 책임 씌워”

신범철 국방차관 “해병대 사령관에 문자 보낸 적 없어”

지난달 19일, 해병대 고 채수근 상병이 예천에서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실종됐다. 구명조끼도 없이 실종자 수색에 나섰던 채 상병은 실종 14시간 만인 오후 11시쯤 숨진 채 발견됐다. 하나뿐인 아들을 떠나보낸 모친은 아들의 영정 사진 앞에서 또다시 무너졌다.

하지만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채 상병의 죽음에 대한 원인을 규명해야 할 국방부 내부에선 외압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고, 국회에선 여야가 대통령실의 외압 주장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세계일보

지난 18일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경기도 화성시 해병대사령부에서 열린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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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채수근 상병의 순직사고를 1차로 수사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국방부 간부들을 수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법무관리단이 위법행위를 자행해 놓고도 오히려 수사단장인 자신이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고 항명죄를 뒤집어씌운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지난 1일 “유재은 법무관리관이 인계서에 죄명과 혐의자, 혐의내용을 모두 빼고 그냥 일반서류를 넘기면 안 되겠느냐고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유 법무관리관이 이첩 서류에 혐의를 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의 해병대 수사단원들의 사실확인서도 함께 제시했다.

국방부는 유 관리관이 박 전 수사단장과 통화에서 ‘죄명을 빼라, 혐의자 및 혐의사실을 빼라’고 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군검찰은 오히려 박 전 수사단장이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사건을 경찰에 넘겼다며 보직에서 해임하고 항명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박 전 수사단장은 이에 불복해 법원에 보직해임 무효 해임 무효확인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핵심은 해병대 임성근 1사단장을 피의자로 판단한 해병대 수사단의 의견을 묵살하고, 국방부가 임 사단장을 피의자에서 제외하라고 외압을 행사했냐는 것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임 사단장을 비롯해 박상현 7여단장·중대장·현장 간부 등 4명의 경우 혐의를 특정하지 않고, 사실관계만 적시해 경찰에 송부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7포병대대장과 11포병대대장 2명만 범죄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이첩했다. 해병대 수사단이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지휘관 8명 중 현장 지휘관 2명만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세계일보

지난 7월 22일 故 채상병의 안장식이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거행되는 가운데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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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수사단장 측은 “사단장의 책임을 빼고 모두 현장 지휘관에만 책임을 덮어씌우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법률대리인 김경호 변호사는 전날 임 사단장을 ‘업무상 과실’, ‘직권남용’ 혐의로 경북청에 고발했다. 해병대 수사단이 임 사단장도 업무상 과실치사의 혐의자로 판단했는데, 국방부 조사본부 조사 결과 임 단장의 혐의 자체를 뺀 상황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박 전 수사단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군통수권자로서 한 사람의 군인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마시고, 제가 제3의 수사기관에서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청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방부와 박 전 수사단장의 대립과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정치적 공방으로 비화한 상태다. 지난 21일 국회에서는 여야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 대령이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지 말고 보류하라는 국방부 지시를 어긴 것은 명백한 ‘항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장관 결재가 끝난 수사 결과의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한 데는 대통령실 등 윗선의 외압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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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국방부 차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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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현안보고에서 해병대 사령관에게 문자를 보냈다는 의혹에 대해 “그 어떤 문자도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낸 사실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해명했다.

향후 박 전 수사단장과 국방부 간의 진실게임은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서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수사심의위는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소방청, 공법학 관련 민간학회로부터 10여명의 위원을 추천받아 위원회 구성을 마쳤고, 25일 출범할 계획이다. 국방부는 심의위원 명단은 비공개하기로 했으며, 심의위원장은 본인 의사를 반영해 공개 여부를 정하기로 했다.

군검찰 수사심의위는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사건 이후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쏠리는 군내 사건과 관련해 수사의 공정성을 제고하기 위해 마련된 국방부 검찰단 소속 기구다. 심의위는 7∼20명으로 구성되며 수사 계속과 기소,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한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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