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LH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철근 누락’에서 ‘이권 카르텔’까지, 일련의 ‘LH 사태’를 바라보는 LH 직원들은 근심이 크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땅 투기판을 벌인 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은퇴자 혹은 고위직급의 부패로 조직 전체가 범죄집단화되는 일이 또 발생한 것이다. ‘카르텔을 혁파하겠다’며 내부에 조직을 만들어봤자 ‘어차피 고양이에 생선 맡기는 격’이라는 자조섞인 반응이 나온다.
LH의 전관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게 건설업계 전반의 평가다. 이한준 LH 사장이 직접 밝혔 듯 LH는 대한주택공사 시절부터 60년이 된 조직이다. 매년 수 백 명이 은퇴해 건설업체와 설계업체, 감리업체로 재취업을 한다. “LH의 전관예우는 법조계 전관예우만큼이나 뿌리가 깊다”는 말이 흔히 나올 정도다. 심지어 LH의 전관문제는 2년 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의해 이미 제기된 바 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당시 경실련은 2015~2020년 수의계약 절반을 LH 퇴직자를 채용한 건축사무소가 따냈다는 사실을 발표했었다.
2년 전 땅투기 사건과 올해 전관예우 사건을 관통하는 핵심 문제는 60년 묵은 조직의 ‘독점력’이다. 비대해진 몸집 만큼 정보 독점이 과도해졌고, 이권 카르텔이 극심해졌다. LH의 연간 발주액이 10조원을 웃도는 만큼 설계·감리업체 사이에서는 LH 퇴직자를 모셔가 로비만 잘하면 장사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LH는 또 전국의 공공택지개발, 공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거대 공기업이기도 하다. 돈이 되는 정보가 집중된 시스템 아래 부정을 저지르냐 마느냐는 사실상 개인의 도덕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LH의 독점적 지위가 유지되는 한 부정·부패는 언제든지 약한 틈으로 새어나올 수 있다. 결국은 LH의 독점력을 분산시켜야 해결될 일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LH 전관 카르텔을 두고 ‘공공 역할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판하면서 도로‧철도‧항공 등 국토부와 관련된 모든 전관을 도마 위에 올렸다. 그러면서 오는 10월 LH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원 장관이 언급한 주택청 신설도 불가능한 대안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으로 공공주택 시공, 분양 등의 업무를 분담시키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 하다. 근본은 ‘60년 독점력’을 타파하는 데 있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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