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올해 들어 140차례 러 본토 공격
‘대반격’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드론 공습 강화
서방 지원 무기로는 본토 공격 불가능
값싸고 대량생산 쉬운 자체개발 드론 이용
“전황 바꾸는 데는 한계 있어” 지적도
러시아 솔치2 공군기지에서 러시아군의 장거리 초음속 폭격기 투폴레프 Tu-22M3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불타고 있다. 출처 엑스(X·옛 트위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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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본토에 대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점차 과감해지고 있다. 러시아 공군의 장거리 초음속 전략 폭격기가 우크라이나 드론의 공격을 받아 파괴되는가 하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도 이틀 연속 드론 공격을 받아 주요 공항 3곳이 일시적으로 폐쇄됐다.
22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러시아 서북부 노브고로드주의 솔치2 공군기지에 배치된 러시아 공군의 장거리 초음속 폭격기 투폴레프 Tu-22M3이 최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에 의해 파괴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지난 19일 우크라이나군의 헬기형 드론 공격으로 폭격기가 “손상”됐다고 밝혔지만, 폭격기가 화염에 휩싸인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되자 완전히 파괴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로부터 코드명 ‘백파이어’로 불린 Tu-22는 냉전 시대 개발된 장거리 폭격기로, 그 최신 모델인 Tu-22M3은 약 2만4000㎏의 폭탄과 미사일을 탑재한 채 음속의 2배(시속 2300㎞)로 비행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요 도시를 타격하는 데 활용돼 왔다.
러시아는 약 60대의 Tu-22M3을 보유하고 있어 이번 공격이 러시아 공군 전력에 큰 타격을 준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을 공격할 수 있을 만큼 우크라이나군의 능력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BBC는 분석했다. 공격 대상이 된 솔치2 공군기지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650㎞ 떨어져 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450㎞ 이상 떨어진 수도 모스크바도 이틀 연속 드론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 상공에서 드론 두 대를 모두 격추했다고 밝혔지만, 이날 공격으로 모스크바의 주요 공항 3곳이 일시적으로 모두 폐쇄됐다. 전날인 21일에도 모스크바를 겨냥한 드론이 주택지역에 추락하면서 2명이 다쳤다고 러시아 당국은 밝혔다. 모스크바에선 지난 17일과 18일에도 드론 공격이 벌어져 도심 건물이 파손되고 공항이 통제됐다.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크라스노고르스크에서 경찰관들이 드론 공격으로 파손된 차량 옆에 서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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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대폭 늘렸다. 공격에 사용된 드론 상당수가 러시아군에 의해 격추되는 상황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은 비슷한 방식의 공격을 더 자주, 더 과감하게 실행하며 타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 공격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달 말 러시아 본토 공격이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우며 지극히 공정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미하일로 페드로우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 역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과정에서 드론 공습이 더 자주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BBC는 러시아 언론 보도를 모니터링한 결과 올해 들어 러시아 영토가 드론 공격을 받은 사례가 최소 140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공격은 2014년 러시아에 병합된 크름반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까운 브랸스크와 벨고로드 지역, 수도 모스크바에 집중됐다. 러시아군의 비행장과 석유저장시설, 기타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모두 표적이 됐다.
서방 동맹국들이 나토가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지 말 것을 무기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면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타격 능력이 강한 장거리 미사일 등의 무기보다 자체 개발한 드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크름대교 및 러시아의 흑해 해군기지 등에 대한 공격 사실을 밝히며 공격에 사용된 수상 드론이 자체 개발된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사일보다 제조 비용이 싸고 대량 생산이 쉬운 점도 우크라이나군이 드론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다.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이전까지 드론 생산시설이 없었던 우크라이나군은 연내 20만대 생산을 목표로 드론 생산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군이 지난 6월 초 개시한 ‘대반격’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드론을 이용한 본토 공격으로 전황을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외교정책연구소 소속 군사 전문가 밥 해밀턴은 “단 하나의 무기체계가 확실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투 의지를 약화하는 데 충분한 수의 드론을 생산하거나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의 목표물들을 타격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이 확전을 우려하는 서방으로 하여금 고성능 무기 지원을 더욱 꺼리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에코 선임연구원은 “이번 전쟁이 시작될 때부터 동맹국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전쟁이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확대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드론 공격을 확대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온 서방을 불안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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