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에 따라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알프스)를 통해 오염수에 섞인 방사성 동위원소는 걸러내고, 삼중수소(트리튬) 등 일부 방사선 핵종은 안전 기준 이하로 희석할 방침이다. 알프스로 제거하지 못한 삼중수소는 바닷물에 희석해 농도를 '리터당 1500베크렐 이하'로 조절한 뒤 해저 터널을 통해 1㎞ 밖 바다로 방류할 계획이다. 정확한 방류 기간은 가늠하기 어렵지만 약 30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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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탱크 97% 찼다…올림픽 수영장 500개 분량
사고 후 12년이 지난 현재도 일본이 오염수 문제로 고민하는 이유는 원자로 내부에 아직도 핵연료 찌꺼기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앞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의 쓰나미 여파로 후쿠시마 원전은 1~4호기 모두 피해를 보았다. 당시 원자로가 멜트다운(노심용융)되면서 수소 폭발이 발생했고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이어졌다.
현재 원전 내 핵분열은 멈춘 상태지만, 핵 연료에서 붕괴열은 여전히 발생하기 때문에 냉각수를 통해 열을 식혀야 한다. 이 때문에 냉각 과정에서 오염수가 불어난다. 여기에 더해 원전 부지로 빗물·지하수 등이 유입되면서 하루 100t가량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그간 누적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양은 134만t으로 올림픽 경기용 수영장 500개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현재 오염수 저장 탱크가 97% 이상 차버려 더는 오염수를 보관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오염수 보관 용량이 조만간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경고는 이미 4년전부터 흘러나온 바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김종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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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시 IAEA 총장 "해양 방류안 지지"
오염수 처리와 관련, 일본 정부는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해 처리법 5가지(①해양 방류②대기(수증기) 방출③전기분해(수소·산소) 방출④ 지하 매설⑤지층 주입)를 놓고 수년간 검토했다. 이 중 최종 후보에 오른 두 가지 방안은 해양 방류와 대기 방출이다. 그러나 대기 방출은 고비용에 온실가스를 대량 방출한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반면 해양 방류는 오염수 확산 경로를 예측해 감시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선호 이유로 꼽혔다.
'최단기간에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해양 방류가 꼽힌 가운데, 2020년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후쿠시마 제1 원전을 방문해 "오염수 해양 방류를 지지한다"고 발언해 일본 정부 안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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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는 취임 후 첫 국내 출장지로 제1 원전을 방문해 방류를 가급적 빨리 결정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듬해인 2021년 4월 스가 전 총리는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공식화했다. 그리고 약 2년이 지난 지난달 IAEA가 최종 보고서에서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결론 내린 것이 해양 방류의 결정타가 됐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 원자로 폐로를 밀어붙이면서 오염수 해양 방류를 서두르게 된 측면도 있다. 기시다 총리는 최근 "후쿠시마의 부흥을 위해서는 원전을 없애야(폐로) 하고 이를 위해선 원자로 주변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오염수를 방류해 원전 공간을 차지하는 대형 탱크들을 모두 치워야 후쿠시마 원전 폐로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가 세운 중장기 계획에 따라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어도 폐로에 걸리는 시간은 사고로부터 30~40년이라고 전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자국 어민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점, 한국·중국·러시아 등 주변국 반대 여론 등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환경 단체의 우려도 여전하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IAEA 최종 보고서에는 생물 3종(도다리·전복·해초)만 알프스 처리 후 오염수에서 생육했기 때문에 전체 해양 생물 종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또 "30년 이상 방사성 물질이 농축됐을 때의 영향은 평가되지 않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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