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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도가 넘는데…에어컨을 못 켜게 해요. 리모컨을 아예 못 만지게 합니다."
에어컨을 틀지 못하게 하는 등 직장 내 '에어컨 갑질'이 여전히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1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사용자가 에어컨 조작 권한을 독점 또는 직원들에게 전기요금 부담을 언급하는 등 냉방기구 사용을 통제하는 작업장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갑질119는 "일부 사업장이 냉방기기 가동 기준을 턱없이 높게 정해 노동자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내 습도는 40~60% 유지가 권고되나, 습도 80% 이상이 돼야만 에어컨을 틀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드는 식이다.
한 제보자는 직장갑질 119에 "30도가 넘는 날씨에 사장이 사무실 에어컨을 고쳐주지 않아 약간의 언쟁이 있었고 10일 후 해고 통보를 받았다"며 "그 일로 해고를 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해고통지서엔 일자만 기재돼 있고 사유는 공란"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사장이 에어컨 안 틀어준 지 2~3주가 돼 간다"며 "대표가 단체 대화방에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는 글을 올렸더라. 더워서 회사를 못 다니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는 제조업 등 5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이동식 에어컨 구매 비용을 지원하거나, 체감온도 35도 이상 시 시간당 15분씩 휴식 등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지만 무용지물인 현장이 많다고 직장갑질119는 밝혔다.
박혜영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폭염 속에서 계속 일하면 질병이나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회사가 적절한 노동환경 조성을 책임지게 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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