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3국, 세계를 냉전 한기 속 몰아넣어”
대만, 전투기-함정 ‘맞대응 출격’
대만 해군, 中군함 동태 감시 대만 해군이 19일 대만해협 인근 해상에 나타난 중국 군함의 동태를 감시하는 사진을 20일 공개했다. 사진 출처 대만 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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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정상이 미국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국제질서를 강조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자 중국은 “냉전의 망령을 되살리는 위험한 책략”이라고 반발하며 즉각 무력시위에 나섰다.
20일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중국군 군용기 45대와 군함 9척이 대만해협 근처에 나타났다. 한미일 3국 정상이 18일 공동 기자회견을 한 지 불과 6시간 만이다. 출동한 군용기 중 27대는 중국과 대만의 실질적 해상 경계선 역할을 하는 중간선을 넘거나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만군은 전투기와 함정 등을 동원하는 한편 기체 추적을 위한 방공 미사일 시스템을 가동했다. 또 중국 군함을 근거리에서 감시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중국은 또 20일 오후 4시부터 8일간 일정으로 서해 북부지역에서 군사훈련을 한다고 밝혔다. 중국 해사국에 따르면 이번 훈련은 랴오둥반도 다롄시와 산둥반도 옌타이시 사이 해역에서 진행되며 훈련 기간 동안 해당 지역으로 선박 진입이 금지된다. 랴오둥반도와 산둥반도는 지리적으로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곳이다.
중국의 이번 무력시위는 한미일 3국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국제법과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저해하는 국가로 중국을 꼽으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한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3국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우리는 역내 평화와 번영을 약화시키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한다”고 밝히면서 그 대상을 중국으로 직접 명시했다. 또 대만 집권 민진당의 차기 총통 후보인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이 12∼18일 남미 파라과이를 방문할 때 미국을 경유한 것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다.
중국의 ‘말 폭탄’ 공세도 이어졌다. 2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캠프 데이비드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전의 기운이 전 세계를 한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 주도로 모인 3국은 ‘안보 수호’를 기치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지정학적 소집단을 만들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끌어들여 오히려 두 나라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과 일본”이라고 주장했다. 한일을 겨냥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장기판 위의 말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도 덧붙였다.
왕이(王毅)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장관)도 19일 베이징에서 돈 뽀라맛위나이 태국 부총리 겸 외교장관을 만나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남중국해를 평화, 우정, 협력의 바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역외 세력이 남중국해에서 진영 대결과 냉전적 사고를 부추겨 어렵게 얻은 평화와 안정 국면을 파괴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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