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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스프] 정상에서 세상과 부딪쳐 싸워나간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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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런던 빅토리아 & 알버트 뮤지엄 전시 (글 : 황정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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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출 난 실력과 카리스마로 사람들을 사로잡는 여성 가수를 우리는 '디바'라 칭송한다. 까탈스럽고 자기중심적인 아티스트를 비난할 때도 같은 표현을 쓴다. 런던 빅토리아 & 알버트 뮤지엄의 전시 <Diva>는 이렇듯 양가적 의미를 지난 단어, '디바'를 실타래 삼아 정점에 올랐던 여성 예술가들의 진화를 풀어낸다.

전시는 디바들이 무대에서, 스크린에서 또 잡지 커버에서 입었던 의상들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그렇다고 화려한 눈요기만을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전시는 의상을 매개로 각 시대의 디바들을 회고하고, 동시에 그들이 만들어낸 이미지를 통해 그들이 속했던 사회를 읽어낸다.

우리 곁의 여신, 디바



입구에서 받은 헤드폰을 착용하고 전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9세기 오페라 <노르마>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다. 여신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디바'는 19세기 초 최고의 오페라 여가수에게 처음 사용되었으니 전시를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선곡이다. 전시 내내 관람객의 위치에 따라 헤드셋에서는 영화 클립, 노래, 뮤직비디오 등이 흘러나온다.

처음 만나는 인물, 아델리나 파티는 19세기 최고의 오페라 가수다. 그녀는 철저한 계급사회이자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디바가 누릴 수 있었던 부와 자유의 끝을 보여 준다. 라디오도, 음반도 없던 시절 오직 목소리 하나로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은 파티는 당시 여성들에게 허락된 어떤 직업에서도 이룰 수 없는 수준의 경제적, 사회적 독립을 누렸다. 천문학적인 개런티를 받았고, 이를 현명하게 투자해 차곡차곡 쌓아 올린 부로 성을 사고 극장을 지었다. 전시된 무대 의상은 당시 유럽 왕족들의 드레스를 만드는 패션 하우스에서 제작됐고 초상화는 왕족 전문 화가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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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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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가수뿐 아니라 시대를 대표한, 혹은 시대의 흐름을 바꾼 다른 장르의 여성 아티스트들도 '디바'로 선보인다. 19세기말, 몸을 옥죄는 코르셋에서 여성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이 같은 시류는 현대무용의 근간을 닦은 무용수 이사도라 덩컨의 의상에서도 느낄 수 있다. 덩컨은 몸을 제약하는 전통 발레복 대신 여성의 몸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의상을 통해 춤과 여성성에 대한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신념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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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에 후크를 달아 여성이 스스로 입고 벗을 수 있도록 개선된 코르셋과 함께 전시된 19세기 말, 20세기 초 무용 의상 (c)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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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소개된 배우 사라 베르나르는 '여신(La Divine)'이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큰 사랑을 받았던 프랑스의 국민 배우다. 탄탄한 연기력을 기반으로 햄릿 같은 남성 캐릭터까지 연기했던 그녀는 무대 위에서뿐 아니라 사생활에서도 전통적인 관습에 얽매이지 않았다. 박제된 박쥐로 장식한 모자를 썼고, 자신의 관을 들고 다니는 기벽을 보이며, 공개적인 양성애자로 화려한 연애를 즐겼다. 뿐만 아니라 이런 자유분방한 사생활을 신비로운 '예술가'라는 이미지를 굳히는데 영리하게 활용했다.

그녀는 동시대 예술가들의 뮤즈이기도 했다. 오스카 와일드는 그녀를 염두에 두고 주도적인 팜므파탈 '살로메'라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무명에 가깝던 알폰스 무하는 베르나르의 연극 포스터를 디자인하며 아르누보의 대표 화가로 자리매김한다.

최초의 글로벌 스타였던 그녀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디바였고, 그녀의 장례식에는 백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찾아왔다. 사후에도 그녀는 마릴린 먼로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같은 후배 아티스트에게 큰 영감이 되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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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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