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광복절 특사, 서민 경제 어려움 고려해 경제 살리기에 중점”
수백억원대 횡령, 배임, 갑질 등 재계 총수들 복권돼 경영 현장 복귀
하지만 경제인 사면이 과연 ‘민생’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계 총수, 창업주 등 특사 명단에 포함된 인물 면면을 보면 회삿돈을 횡령하거나, 배임, 갑질 등으로 실형을 받았지만, 이번 사면을 통해 복권돼 경영 현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왼쪽),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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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2020년 8월 징역 2년6개월을 확정받아 복역하던 이중근 부영그룹 창업주는 이듬해 광복절 가석방됐다. 형기는 만료됐지만, 특별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라 5년간 취업이 제한됐던 이 창업주는 복권돼 경영 활동이 가능해졌다. 130억원이 넘는 규모의 배임 혐의로 2018년 1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명예회장도 형선고 실효 및 복권 대상으로 선정됐다. 롯데그룹의 경영비리 사건으로 2019년 10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역시 형선고 실효 및 복권 조치됐다. 거액의 회사자금을 횡령하고 병·의원 등에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형기를 마치고 2020년 9월 출소한 강정석 전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도 복권됐다.
‘황제 보석’ 논란을 일으켰던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특사 명단에 포함됐다. 횡령·배임과 법인세 포탈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회장은 '황제 보석' 논란 속에 2018년 구속됐고, 징역 3년을 확정받아 2021년 10월 만기 출소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 400억원대의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63일 만에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그러나 이후 법원으로부터 보석 결정을 받아, 약 8년의 재판 기간 대부분을 풀려난 상태에서 보냈다. 그사이 음주 및 흡연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 14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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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기사들에게 상습적으로 갑질한 혐의로 2019년 11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된 이장한 종근당 회장 역시 복권됐다. 이 회장의 폭언과 협박 사실은 한겨레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차량을 운전했던 기사들은 이 회장이 여러 폭언을 했다고 증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17일 논평을 통해 “수천억 횡령배임 재벌총수들 특별사면 강행, 공정과 상식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이들은 재벌총수이기 이전에 대다수 국민들은 미처 생각할 수도, 시도조차 할 수 없는 황당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중대한 경제범죄자’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에 동참할 기회를 부여한다’는 명목으로 이들을 사면·복권했다. 명백한 사면권 남용이자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린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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