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기대감 떨어지며 가격 하락 폭 커져
그레이스케일-SEC 소송, 승인 시기 앞당길까…'블랙록' 영향력에도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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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비트코인(BTC) 가격이 한국 시간으로 18일 새벽, 10% 가량 하락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크게 흔들렸습니다. 최근 비트코인은 '사실상 스테이블코인(가격이 일정하게 고정된 코인)'이라는 농담이 돌 정도로 가격 변동성이 작았기 때문에 그 타격은 더 컸는데요. 하락과 동시에 10억달러가 넘는 규모의 선물 거래 포지션이 청산됐고, 투심은 크게 악화됐습니다.
하락 원인으로는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 중국 부동산업체 헝다그룹 파산 등 다양한 '악재'가 꼽힙니다. 단,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영향도 있습니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가상자산 시장 분위기가 뒤바뀔 수 있는 중대한 '게임 체인저'로 불립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금까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적이 없지만, 블랙록을 비롯한 주요 자산운용사가 신청한 이상 이제는 승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기대감으로 지난 6월 말 비트코인 가격도 상승했습니다. 이후 상승한 가격을 두 달 간 유지했지만 최근 기대감이 떨어지면서 가격이 주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하락한 가격이 회복되고, 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데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가 관건입니다.
◇ETF 승인, 하반기에 될까…시장 '촉각'
우선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건 두 가지입니다. 승인 결정 시기, 그리고 승인 여부에 대한 전망입니다.
SEC는 ETF 승인에 대한 결정을 최대 240일까지 연기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가장 빨리 심사 결과를 받게되는 자산운용사는 '돈나무언니' 캐시우드가 이끄는 아크인베스트입니다. 아크인베스트가 신청한 ETF는 2024년 1월 결과를 받게 됩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비롯해 비트와이즈, 반에크, 위즈덤트리 등 주요 운용사들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신청했는데요. 이들은 2024년 3월까지 기다려야 할 수 있습니다.
단, 시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SEC가 심사 결정 시기를 올해 하반기 중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특히 그레이스케일과 SEC 간 소송 결과가 그레이스케일에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시기가 빨라질 수 있습니다.
미 가상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거부했음을 이유로 지난해 6월 SE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요구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음에도 SEC가 신청을 거부하며, 비트코인 선물 ETF와 현물 ETF를 차별한다는 게 근거였습니다. 선물 ETF는 이미 승인했기 때문이었죠.
해당 소송의 결과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그레이스케일에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경우 SEC의 비트코인 ETF 심사 결정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그레이스케일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재신청한 자산운용사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 펀드 GBTC를 ETF로 전환하기 위한 신청을 마친 상태입니다.
◇승인 가능성 '65%'…여전히 블랙록에 거는 기대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CNBC와 인터뷰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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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ETF 승인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초 비트코인 ETF의 승인 가능성을 50%에서 65%로 올렸습니다.
가능성을 높게 본 주된 사유는 역시 블랙록 때문입니다. 블랙록은 지금까지 576건의 출시 승인 신청 중 575건을 성공시킨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입니다.
SEC는 그동안 피델리티, 아크인베스트, 그레이스케일 등의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을 모조리 거부해왔었는데요. 이들이 굴하지 않고 신청을 이어가는 한, 언젠가는 승인해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어차피 승인할 ETF라면, 블랙록이 신청한 시기에 일부 나머지 업체들의 신청도 함께 승인하는 것이 SEC 입장에서도 바람직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이 밖에도 애널리스트들은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본인의 역할을 축소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겐슬러 위원장은 가상자산과 관련해 본인 외에도 4명의 전문위원이 있다며 본인의 역할이 크지 않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헀는데요. 그동안 겐슬러 위원장이 가상자산 시장에 줄곧 '규제 칼날'을 들이댔던 것을 고려하면, 그의 역할 축소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또 SEC는 '비트코인 만큼은 죽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브라이언 암스트롱 최고경영자(CEO)는 SEC가 비트코인 이외의 모든 가상자산을 상장 폐지할 것을 요구했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곧 가상자산 산업의 종말이지만, 달리 해석하면 SEC가 비트코인 만큼은 살리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상자산과 연계된 ETF를 승인하려면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죠.
다만 승인 가능성이 65%라는 건 ETF 신청을 거부할 가능성도 35%나 된다는 의미입니다.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부할만한 명분이 무엇일지 고려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동안 SEC는 거래소들이 비트코인 가격 조작을 방지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투자자 보호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비트코인 ETF를 거부해왔습니다. 따라서 이번에 승인되려면 그간 SEC가 문제삼았던 '투자자 보호 부족' 문제가 해결돼야 합니다.
블랙록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담았습니다. '감사 공유 계약' 파트너로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를 명시한 건데요. 감사 공유 계약은 시장 조작을 막기 위해 거래소와 시장 거래 및 청산, 거래자 신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계약입니다. 블랙록이 이 같은 내용을 담자 ETF를 신청한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같은 내용을 신청서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SEC가 꾸준히 지적해온 시장 조작 가능성,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결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신청서를 낸 업체들이 지적한 사항을 해결하려 한 만큼, SEC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더욱 주목됩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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