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F-16 전투기, 이란산 자폭 드론 6000대... 우크라 전쟁 '게임 체인저'는?

미, 우크라에 유럽 F-16 전투기 이전 승인
'조종사 훈련 1년' 실전 투입 시기 불확실
러시아는 '비밀 기지'서 이란제 드론 제조
장기전 판도 바꿀 결정적 변수 될지 주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15일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 지역의 최전선을 방문해 국기에 글을 남기고 있다. 자포리자=로이터 연합뉴스

전쟁 판도를 단숨에 뒤집기 위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신(新)무기 경쟁이 불붙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학수고대하던 미국의 4세대 전투기 F-16을 신속히 지원받을 것이라는 '확약'을 받았다. 러시아는 자폭 무인기(드론) 대량 생산에 여념이 없다. 지난 6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대반격이 좀처럼 러시아 전선을 뚫지 못하는 가운데, 어떤 무기가 상대의 전의를 무력화할 '게임 체인저'가 될지 국제사회도 유심히 지켜보는 분위기다.

미 "F-16 전투기 이전 요청 시 신속 승인"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덴마크와 네덜란드에 서한을 보내 "우크라이나에 대한 F-16 전투기 제공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 훈련을 마치는 대로 F-16 제공 절차를 신속히 승인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미국산 F-16 조종사 훈련이나, 해외 수출 기종의 제3국 이전 땐 미국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지난해 2월 발발한 전쟁 초기부터 우크라이나는 '공중 전력 강화'를 이유로 미국에 F-16 지원을 요청해 왔다. 미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F-16은 '파이팅 팰컨(falcon·매)'이란 별칭답게 가볍고 빠르며, 장거리 미사일 장착도 가능한 만능 전투기다. 다만 미국은 확전 위험 탓에 F-16 제공을 꺼려 왔다. 하지만 유럽 동맹국들의 거듭된 압박에 지난 5월 '우크라이나 조종사의 F-16 훈련'을 승인하며 지원 가능성을 열었다.

조종사 훈련엔 최소 6개월... "올해 투입 불가능"

우크라이나에 F-16은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대반격 작전이 본격화한 지 어느 새 2개월이 됐으나, 견고한 러시아 방어선에 막혀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대반격의 주요 목표인 '크림반도 고립'이 실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남동부 핵심 도시인 멜리토폴을 점령해 러시아 본토와 크림반도를 잇는 교량을 끊겠다는 우크라이나의 핵심 목표가 현재로선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의미다. 하지만 F-16이 도입되면 이 같은 상황을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군이 실제로 F-16을 전장에서 가동할 시점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와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F-16 조종 훈련을 받을 만한 영어 실력을 갖춘 조종사를 8명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조종 훈련도 최소 6개월~1년이 걸린다. 유리 이흐나트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전날 우크라이나 TV에 나와 "올가을이나 올겨울엔 F-16을 운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필리핀 북마닐라 팜팡가 앙헬레스의 옛 클라크 미국 공군 기지에서 열린 미·필리핀 공군 합동군사훈련에서 F-16 전투기가 편대 비행을 하고 있다. 마닐라=AFP 연합뉴스

러, 축구장 14개 규모 시설서 드론 6000기 제조

러시아는 자체 생산 드론으로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무력화할 작정이다. WP는 러시아 측 문건을 입수했다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동쪽으로 약 800㎞ 떨어진 타타르스탄의 알라부가 경제특구에 축구장 14개 규모의 드론 제조 시설이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현재 이곳에서 생산 중인 무기는 이란제 샤헤드-136 자폭 드론이다. 지난해 11월 이란과 맺은 계약에 따라 2025년 여름까지 드론 6,000기를 생산한다는 게 러시아의 계획이다. 기존 샤헤드-136에 방수기능을 추가하고, 중국산 부품을 대체하는 등 품질 개조에도 나섰다고 한다.

러시아는 다수의 드론을 떼 지어 날리는 전술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전으로 치달은 전쟁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최근 3개월 사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을 위해 날린 자폭 드론도 600대 이상이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향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목표물을 겨냥해 한 번에 수백 대씩, 더 자주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